“대출이자가 적금이자보다 더 높으니 빨리 갚는 게 좋을 것 같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황이 좋지 않다.”
기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입주민 단체 메시지 방에서 나온 대화 내용이다. 1000명이 넘게 있는 이 메시지 방에는 하루에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개의 메시지가 올라온다. 내용도 다양하다. 주차, 층간 소음과 같은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부터 다양한 생활정보를 주고받기도 한다.
다양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모인 만큼 주제에 따라 의견도 엇갈린다. 그러나 입주민들이 입을 모아 한목소리를 내는 주제가 있다. 바로 ‘대출’이다. 대출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사람이 푸념을 늘어놓는다. 떨어지지 않는 대출금리에 아쉬움이 묻어나온다. 대출은 최근 서민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32조81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1조1141억원 증가했다.
4월부터 급증세를 보이던 가계대출은 지난 8월 9조6259억원 늘어 월간 기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막바지 대출 수요가 몰렸다. 9월에는 8월 대출 신청분이 이월 반영되는 영향 등으로 5조6029억원이 증가했다. 지난달부터는 가계대출이 진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2금융권을 중심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은 만만치 않다. 8월부터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린 탓에 부담은 더욱 커졌다. 대출금리는 통상 코픽스·금융채 등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차감하는 방식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 7~8월에만 가산금리를 20회 이상 인상했다. 높은 대출금리 탓에 대환(갈아타기) 대출도 쉽지 않다.
예금금리는 하락세를 보였다.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기대감이 선반영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자 예금금리도 본격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한은이 발표한 ‘2024년 9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3.40%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 대출금리는 연 4.62%로 전월 대비 0.14%포인트 상승했다.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22%포인트로 전월 대비 0.09%포인트 확대됐다.
그 결과 은행들은 이자이익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KB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4조39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더 늘었다. 신한금융그룹의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도 3조985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4.4% 늘었다.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거둔 셈이다.
호실적이 예상되는 시점부터 은행권들은 상생 금융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가계대출 중도상환 해약금을 면제하며 대출자의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나섰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도 이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한 입주민은 “진작에 나왔으면 매우 좋았을 텐데, 11월 말까지인 것 보면 큰 혜택은 아닌 것 같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서민들의 삶에 크게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이자이익으로 최고 실적을 거두는 사이,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시대에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카드, 보험사 등 2금융권으로 눈을 돌린다. 최근 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이유다. 가계부채 관리라는 명목으로 시행된 대출 옥죄기가 되려 서민들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서민들이 받아야 할 예금금리는 내려가고 내야 할 대출금리는 오르면서 부담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막대한 이자수익으로 웃는 것은 은행이고 울상을 짓는 것은 내야 할 이자가 늘어난 서민들이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