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전기차는 ‘빌런’이 아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전기차를 둘러싼 불신과 갈등은 전기차 혐오로까지 번졌다. 전기차 차주와 내연기관차 차주 간 설전이 벌어지고, 주차장 내 전기차 입차를 막는 주택도 부쩍 늘었다. ‘전기차 테러’로 볼 수 있는 사건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기차를 향한 무차별적인 혐오로 애꿎은 전기차 차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기차 차주인데 괜히 죄인이 된 기분이다”, “혹시나 테러를 당할까봐 주차장을 왔다갔다 한다” 등 전기차 차주들의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전기차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죄인이나 방화범 취급을 받는다”는 울분 섞인 목소리도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전기차 화재 위험성이 크게 부각됐지만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자동차 화재는 비(非)전기차와 전기차를 합해 매년 4500건 이상 발생했는데 연도별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비전기차는 1.86건, 전기차는 1.32건이다. 또 국립소방연구원 등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화재 발생 시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가 더 많은 열을 뿜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역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산 배터리는 ‘싸구려’여서 불이 잘 나고, 국산 배터리는 품질이 우수해서 화재 위험성이 낮다는 것도 편견에 불과하다. 안정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생산 규모와 배터리를 구성하는 핵심 원소(삼원계) 종류를 살펴봐야 한다. 단순하게 중국산이냐 국산이냐로 화재 위험성을 논하는 것은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혐오는 우리 사회를 불행하게 만드는 씨앗이다. 사고예방과 문제 해결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내연기관차의 ‘전기차로의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상황에서 전기차를 향한 과도한 비난과 혐오는 전기차·배터리 산업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전기차에 대한 마녀사냥을 멈춰야 한다. 

 

산업부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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