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커머스 업계에서 규제 강화로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와 법조계는 이번 공정위의 제재 수위가 예상보다 높아 놀랍다는 반응이다. 과도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흘러나온다.
규제 혁신 자문을 전문으로 하는 구태언 변호사(리걸테크산업협의회장)은 최근 SNS를 통해 “어떻게 이런 사실착오적인 결론을 내리는지? 어느 나라의 공정위인가”라며 “공정위는 온라인 커머스를 해 보기는 한 걸까, 구한말 국권상실때 데자뷔를 보는 듯 한심하고 암담하다”고 공정위를 작심 비판했다.
과거부터 공정위가 추진해온 기업 규제 이슈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이병태 KAIST(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쿠팡이 반공정 행위를 한 것은 명백하지 않다”며 “공정위는 무소불위 행정권력”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향후 온라인플랫폼법 등 규제 강화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월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던 온라인플랫폼법의 재추진을 시사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개최된 정부출범 2주년 간담회에서 “플랫폼 특성상 독과점이 고착되면 승자 독식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경쟁 회복도 매우 어렵다”며 “의견수렴 등을 거쳐 국회와 논의해 입법의 역할을 다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발언 전날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온라인플랫폼법 등 6개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저품질, 가품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자율 규제에 맡기면서 국내 업체들만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진다. 이번 쿠팡에 대한 과징금를 비롯해 공정위와 야당이 국내 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C커머스 업체들과 국내 업체들을 역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C커머스 업체들에 대해선 강력한 규제책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에 대한 규제만 늘리려 하고 있다”며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인 쿠팡을 제재하는 것을 시작으로 규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서라도 C커머스 업체들과 동일선상에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C커머스의 공습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위기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경제인협회가 공개한 ‘최근 5년간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C커머스 플랫폼의 빠른 성장세 속에 한국의 해외 전자상거래는 2021년 기점으로 구매액이 판매액을 넘어서며 적자 전환됐다. 지난해에는 그 적자 폭이 5조100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올해 5월 기준 국내 이커머스의 월간 사용자 수는 1위 쿠팡, 2∼5위는 알리익스프레스, 11번가, 테무, G마켓 등으로 중국 기업이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