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에 거주 중인 주부 김모(55) 씨는 최근 엄지손가락과 손목에서 반복적인 통증을 느꼈다. 특히 설거지를 할 때 엄지손가락과 손목에 이상 증세가 두드러져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후 김 씨는 갈수록 커다란 통증을 느껴 결국 병원을 찾았다. 정밀 검사 결과 김 씨의 병명은 손목건초염으로 나타났다.
설거지, 청소, 빨래 등 주부들이 매일 수행하는 가사 노동은 손목에 많은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실제로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중장년층 주부 사례가 흔하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에 걸쳐 손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손목 통증을 일으키는 수부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손목건초염, 손목터널증후군을 꼽을 수 있다.
정승호 더힘의원 문정점 원장에 따르면 손목건초염은 손목,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을 둘러싼 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정 원장은”염증은 주로 엄지와 연결된 장무지외전근, 단무지신근의 힘줄 주변에서 발생하는데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힘줄 주위로 염증이 생겨 통증을 유발한다”며 “특히 임신과 출산을 겪은 여성들은 근골격이 약화된 상태에서 가사일과 육아로 인해 손목건초염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손목건초염은 주로 엄지손가락 부근의 손목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손목을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지며 글쓰기나 젓가락질 같은 동작이 어려워진다. 물건을 쥐거나 비트는 행위도 힘들고 염증으로 인해 손목이 붓기도 한다. 손목 부분을 눌렀을 때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손목건초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엄지손가락을 다른 손가락으로 감싸고 주먹을 쥔 후 손목을 아래로 꺾었을 때 방사통이나 심한 통증이 느껴지면 손목건초염 가능성이 높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앞쪽에 있는 피부 아래 뼈와 인대로 이루어진 통로가 좁아지거나 압력이 가해져 발병한다. 이로 인해 정중신경이 눌려 손가락과 손바닥에 이상이 생기며 손이 무감각해지고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 발병 시 물건을 강하게 잡기 어렵고 심한 경우 손의 감각마저 사라질 수도 있다. 손목의 힘이 갑자기 빠지며 열쇠나 병뚜껑을 돌리는 동작이 어려워지고 정교한 작업을 하기 힘들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정승호 원장에 따르면 문제는 질환에 의한 손목 통증을 가벼운 염좌로 치부해 방치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정 원장은”실제로 지속적인 손목 통증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스, 소염제 등으로 자가 치료하는 안타까운 이들이 많다”며 “손목건초염, 손목터널증후군을 제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질 수 있다. 또 손목 통증이 만성화돼 치료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손목건초염과 손목터널증후군은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발병원인에 차이가 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체외충격파 치료, 신경차단술, 프롤로주사요법 등 비수술요법을 고려해볼수 있다.
이외에도 신경차단술은 가느다란 바늘을 사용해 염증이 있거나 통증이 발생하는 부위에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승호 원장은 "질환 예방을 위해 손목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한데 과도한 사용이나 반복적인 동작을 피하고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통해 손목 기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손목에 무리가 가는 작업을 할 때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여 근육, 인대 부담을 낮추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전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