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논란, 급발진] 급발진 의심·고령 운전자 사고 증가…안전장치 의무화 필요성 대두

2일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경찰 관계자가 전날 발생한 시청역 교차로 대형 교통사고의 가해 차량을 견인차를 통해 옮기고 있다. 뉴시스

최근 급발진 의심 사고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늘면서 각종 안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급발진 의심 사고 감정 건수는 ▲2021년 56건 ▲2022년 76건 ▲2023년 11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58건으로 전체 건수가 작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건수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 건수는 2019년 3만3239건에서 지난해 3만9614건으로 늘었다.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다.

 

최근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는 급발진 의심사고와 고령자 교통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전문가들은 AEB(Autonomous Emergency Braking·자동긴급제동장치), AEBS(Advanced Emergency Braking System·비상자동제동장치), ACPE(Acceleration Control for Pedal Error·페달오조작방지장치) 등의 안전장치 장착을 의무화해 사고를 예방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EB는 카메라나 센서를 활용해 충돌이 예견될 때 차량 스스로 감속 또는 멈춰 서도록 한 첨단 안전장치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 따르면 AEB를 기본으로 갖출 경우 후방 추돌사고가 40% 감소하고, 연간 교통사고 발생이 20% 줄어든다.

 

AEBS는 전방 차량이나 사람을 감지해 자동 제동하는 기능이다. 짧은 시간 내 앞차와 거리가 급격히 좁혀지면 제동장치가 자동 작동해 사고위험을 크게 줄여준다. 일본은 2017년부터 고령자의 안전한 이동권 보장을 위해 기존 차량에 AEBS를 장착할 경우 고령운전자에게 10만엔(약 86만원)과 차량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안전운전 서포트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서포트카 보급에 힘쓴 결과 신차의 AEBS 장착률은 2020년 4월 기준 90%에 이르렀다.

 

ACPE는 주행 중 분당 엔진 회전수(RPM)가 크게 증가할 때 엔진 연료를 차단해 급발진을 막는 기술이다. 노인 인구가 많은 일본은 ACPE를 오래전 상용화했다. 현재 일본에 판매되는 차량 93%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장착됐다. 국내에는 현대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캐스퍼 일렉트릭이 유일하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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