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명예와 ESG 함께 챙긴 재계 스포츠 후원

 2024 파리올림픽의 대한민국 선수단 인원은 144명으로 역대 하계올림픽 최소 규모다. 축구 등 단체 구기 종목의 본선행이 좌절돼 실망하는 분위기도 컸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 예상 금메달 개수를 5개로 봤다.

 

 우리 대표팀은 우려를 시원하게 격파했다. 파리에서는 연일 메달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양궁에서 획득한 금메달만 5개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개막 13일째인 8일 기준 대한민국의 금메달은 총 12개로 일본과 같다.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일본(은 6개·동 13개)을 앞선 전체 6위에 자리했다.

 

 고물가로 지친 국민들에게도 한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이번 대회 메달이 총, 칼, 활에서 주로 나온 점을 신기해하며 각 종목 선수들의 감동 서사와 성장 스토리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공교롭게도 세 종목 모두 국내 대기업의 통 큰 후원이 뒷배가 됐다.

 

 특히 화제가 된 것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양궁 사랑’이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 양궁협회 회장사를 맡아 40여년간 동행했다. 지금까지 쏟아 부은 금액이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정의선 회장은 2005년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선수 지원은 물론 공정한 협회 운영, 꿈나무 육성까지 파면 팔수록 미담만 나온다.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빼놓을 수 없는 펜싱은 SK텔레콤이 집중 지원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03년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아 20년동안 한국 펜싱의 저변 확대에 힘썼다. 누적 지원 금액만 300억원에 달한다.

 

 SK그룹은 이번 대회 유일한 단체 구기 종목인 핸드볼을 후원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08년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핸드볼 전용 경기장을 건립하는 등 애정을 쏟았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사격은 한화그룹이 20여년간 함께했다. 한화그룹은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강초현 선수가 소속팀을 찾지 못하자 2001년 한화갤러리아 사격단을 창단했다. 2002년부터는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았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회장사에서 물러났지만 지난 20여년간 사격발전기금으로 2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이번 대회에서는 메달리스트들이 삼성전자의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Z 플립6’으로 영광의 순간을 촬영하는 모습이 연출돼 우리 국민에게 자긍심을 불어넣었다.

 

 삼성, SK, 현대차, 한화는 모두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이다. 이들 기업도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기대 속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들이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노력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다. 수 십년에 걸친 비인기 종목 후원으로 저변을 확대한 것은 아주 바람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아름다운 동행이 이어지길 바라며 다양한 종목에 ‘키다리 아저씨’가 생기길 기대한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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