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의 금융키맨] 성수용 “툭하면 터지는 금융사고, 내부통제 인식 높여야”

성수용 금감원 선임교수 겸 한국금융연수원 파견교수 인터뷰
사고 터져도 내부통제보다 금융사 이익 중심 경영문화 여전
명령휴가제·업무순환제 실효성 있게 시행돼야
"금융감독 업무 경험 살려 금융업 발전·소비자 보호 강화 기여 희망"

성수용 금융감독원 선임교수 겸 한국금융연수원 파견교수는 내부통제에 대한 안이한 인식으로 금융권 내에서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서 명령휴가제, 순환보직제 등이 실효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에서 대규모 불완전판매, 배임 및 횡령, 부적정한 대출 등 불미스러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준법·윤리 의식에 더해 내부통제 책임 소재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탓입니다.”

 

 성수용(사진) 금융감독원 선임교수 겸 한국금융연수원 파견교수는 13일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잦은 금융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융회사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또 “금융소비자보호 장치들이 실제 상품 판매과정에서 그 취지에 맞게 충실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불완전판매를 막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성 교수는 1984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은행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을 거쳐 금감원에서 근무한 자타공인 금융 전문가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주가조작 및 내부자정보 조사업무, 동경사무소 주재원 근무, 금융소비자보호 업무 등을 수행하며 금융소비자보호제도, 내부통제 강화 방안에 관심을 키웠다. 저서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강의’, ‘금융회사 내부통제제도 해설’ 등이 있다.

 

◆“사고 예방보다 이익 우선시해선 안 돼…명령휴가제 수준 높여야”

 

 은행권에선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에 따른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예로 우리은행에선 2년 전 본점 직원이 697억원을 횡령한 사고가 발생한 데 더해 올해 들어선 김해지점 직원이 179억원을 횡령하는 사고가 터졌다. 최근엔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해 대규모 부당대출도 드러났다.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대형은행에서도 올해 들어 건당 100억원 안팎의 대형 횡령 및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돈을 다루는 은행이 신뢰를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권 내 빈번한 금융사고를 두고 성 교수는 “내부통제에 대한 임직원의 책임소재 인식이 부족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질타했다. 그는 “내부통제 기준마련 의무를 위반한 임직원이 사전에 자신이 책임자였음을 모르는 실정”이라면서 “또 금융회사 내 위임전결 등에 따라 직무권한이 위임된 만큼 내부통제 책임도 위임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며 금융사의 부족한 내부통제 인식을 꼬집었다. 

 

 조직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이사(CEO)조차 조직 내 내부통제 의식을 고취하기보다 성과 중심 경영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실제 내부통제 위반사건 처리 과정에서 임직원은 자신의 통제 노력을 설명하기보다는 ‘하급자의 위법행위를 알 수 없었다’는 식으로 소명하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사례를 들며 명령휴가제와 업무순환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FDIC는 은행으로 하여금 모든 임원과 직원에게 연속 2주 이상 중단없이 직무에서 벗어나도록 요구하는 휴가정책 마련을 권고한다. 성 교수는 “(명령휴가 중) 장기간 업무 배제를 받은 직원의 업무는 다른 직원이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불법적인 업무 수행을 적발할 수 있다. 이는 횡령을 예방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국은행연합회의 ‘금융사고 예방지침’은 횡령사고를 예방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성 교수는 “금융사고 예방지침은 명령휴가를 직무에 따라 1일에서 3일 이상으로 하는 데 그친다. 이마저도 수년간 한 번도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있는데, 이는 횡령사고의 원인이 되곤 한다”고 언급했다.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은 조직문화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회사는 명령휴가, 순환근무, 직무분리 등을 제대로 실행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일부 은행에선 거액의 횡령사고를 일으킨 직원에 대해 수년간 같은 업무를 수행케 하고 명령휴가를 한 번도 내지 않는 등 기본적인 내부통제장치마저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책무구조도, 내부통제 강화 기대…“향후 소비자보호 역량 키우는 데 기여하고파”

 

 올해 초 발생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를 두고선 “일부 금융회사의 금융상품판매시스템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영업행위 규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금융상품의 판매정책과 판매시스템이 고객 최우선 원칙이 아닌 금융회사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설계 및 운영됐다는 얘기다. KB국민은행의 홍콩 H지수 ELS 판매액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달 3일 시행된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봤다. 성 교수는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전사적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통제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의무를 부여받았다”면서 “기존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에 더해 관리의무가 추가됨으로써, 금융회사 내부통제의 원활한 작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책무구조도 도입 등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근거한 것인데, 대규모 불완전판매의 재발 방지를 위해선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제도도 함께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끝으로 성 교수는 “금융감독업무를 하면서 익힌 금융지식과 경험을 살려서 국민에게 신뢰를 받는 금융산업을 육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면서 “금융소비자가 불완전판매로 인해 더는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금융교육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금융역량을 높이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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