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뒤흔든 이상기후] 가뜩이나 업황도 안 좋은데…이상기후와 싸우는 건설업계

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 주택정비사업 건설현장에서 근로자가 음료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건설업은 날씨에 민감한 업종이다. 공사 현장이 대부분 야외라 한파, 폭염, 폭우, 폭설 등에 취약하다. 야외 작업이 많은 건설현장 특성상 근로자들이 온열 질환에 노출될 수 있고, 폭우와 태풍 발생이 발생하면 약해진 지반과 구조물 등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커진다. 또 현장이 멈춰 공사가 지연되는 등 현장 공정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건설현장이 멈추는 날이 늘어 공기 압박에 시달릴 수도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의 실물경제 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1∼2023년 사이 폭염이나 폭우 등 이상기후 충격이 발생한 경우 12개월 뒤 전국 산업 생산 증가율이 0.6% 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농림 어업(1.1% 포인트 하락)과 함께 건설업은 0.4% 포인트 떨어져 타 업종보다 이상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었다. 

 

최근 자잿값 및 인건비 급등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은 올해 폭염으로 대표되는 이상기후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공사 진행에 지장을 주는 ‘날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현대건설은 6월부터 9월 말까지 ‘온열질환 예방 혹서기 특별관리기간’으로 정하고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물, 그늘 휴식을 강조하는 ‘3GO!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건강 상태에 이상을 느낀 근로자가 작업 열외를 요청하면 바로 작업에서 제외하고 잔여 근무시간에 대해서도 당일 노임 손실을 보전해 주는 ‘작업열외권’과 근로자가 위험을 감지하면 스스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 등을 운영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전 현장에 설치된 CCTV를 본사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안전상황센터’를 오픈했다. 중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 영상분석 기술을 도입해 경계선 침범, 화재, 안전모, 안전벨트 미착용 등을 사전에 감지해 알림을 줄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DL이앤씨는 현재 폭염에 취약한 오후 시간대별로 중점 관리 사항을 담은 '건강한 여름나기 1.2.3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또 근로자가 스스로 안전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 전용 플랫폼인 안전신문고를 도입하고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최근 CSO(최고안전책임자)가 자문위원들과 함께 온열질환 및 호우, 태풍 대비 현장 점검을 진행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폭염주의보 때는 50분 작업·10분 휴식, 폭염경보 때는 45분 작업·15분 휴식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근로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작업중지권을 요청하면 즉시 발동한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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