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별검사팀이 지난 18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가정연합, 통일교) 본부와 가정연합 전 세계본부장인 윤모 씨 주거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날 순직 해병 특검팀은 극동방송과 여의도순복음교회,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이영훈 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여러 의혹 수사가 종교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사회 통합의 구심점이 돼야 할 종교계가 불미스런 의혹의 대상이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종교계라고 해서 법치의 성역일 수는 없다.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한 적법한 수사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특검 수사가 일방적 진술과 막연한 심증만으로 종교 단체를 범죄 집단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선 곤란하다. 일반 피의자에 대해서도 피의 사실을 언론에 흘리고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으로 먼지털기식 수사를 진행한다면 심대한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종교지도자·목회자와 종교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은 해당 종교의 신뢰에 회복하기 힘든 손상을 입힐 것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번 압수수색은 향후 수사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별건 수사로 압박하고 미리 만들어 놓은 공소장에 진술을 짜 맞추는 수사기관의 악습을 반복해선 안 된다. 누구보다 윤석열정부 검찰이 표적으로 삼았던 이재명 대통령이 그 폐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악습을 없애겠다는 것이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명분 아닌가.
가정연합 수사는 ‘건진 법사’로 알려진 전성배 씨와 가정연합 전 간부였던 윤씨의 미심쩍은 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가정연합은 윤씨의 행위가 개인적인 일탈일 뿐 교단 차원의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영훈 목사 측은 특검팀의 압수수색에 대한 반론 보도자료를 통해 “순직해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관계기관이나 공직자에게 청탁 등 어떠한 언급도 한 일이 없고 목회자나 기타 어떤 분에게도 이에 대해 언급하거나 부탁한 일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목사의 배우자는 압수현장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기회를 봉쇄당했다”며 “특검 관계자는 ‘임 전 사단장이 이영훈 목사 등을 통하여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구명 로비를 한 정황이 있는 듯이’ 브리핑과 수사상황 공개를 함으로써 관련 참고인의 명예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됐다”고 항변했다. 특검법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이유로 형법상 금지하고 있는 피의사실 공표의 부분적인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이 예외 조항도 관련자의 인권을 고려하여 최소한도로 운용돼야 한다.
되돌아보면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기획 수사마다 큰 후유증을 남겼다. 이명박정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문재인정부의 ‘적폐 청산’ 수사가 대표적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윤석열 검찰이 진행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는 현 여권이 검찰권 남용을 비판할 때마다 거론하는 단골 사례다. 특검 수사가 과거 검찰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유념해야 한다. 특검 수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인권 보호와 공정 수사를 위한다는 검찰 개혁의 명분은 헛구호가 될 것이다.
가정연합은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글로벌 종교다. 전 세계 신도들이 한국을 신앙의 모국으로 삼고 있다. 주요 국가의 지도자들과 손잡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애써왔다. 무리한 수사로 세계적 종교의 가치를 폄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