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설에 다시 불이 붙었다. 각각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용 윤활유 및 열 관리 솔루션 사업에 주력하는 두 기업이라는 점에서 전기화 사업에 힘을 주고 있는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와 SK엔무브 간 합병이 추진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를 잠정 중단하고 지분 30%를 재매입,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것이 SK온과의 합병을 염두에 둔 사전작업이라는 것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공시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포함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두 기업의 합병은 전기화 사업의 시너지, 재무 안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도 합병설이 불거진 가운데 당시에는 재무 투자자(FI) 측의 반대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재차 이야기가 도는 배경에는 SK온의 재무 부담이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251%에 달한다. 반면 SK엔무브는 2021년 이후 3년 연속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합병할 경우 적어도 단기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을 이루는 데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SK엔무브가 상장을 포기하고 합병에 나선다면 중복 상장에 대한 우려가 사라져 SK이노베이션 주가에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기술 시너지도 기대된다. 글로벌 OEM에 전기차 윤활유를 공급하는 SK엔무브는 전기차 냉매와 냉난방공조(HVAC)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액침냉각 기술은 SK온의 전기차 배터리와 ESS의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향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 등에도 응용될 수 있다.
합병이 실제로 추진된다면 SK온의 상장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2021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 분할한 SK온은 내년 상장을 조건으로 FI로부터 3조원대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 E&S가 액화천연가스(LNG) 지분 유동화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SK온의 FI 지분을 되사는 데 쓸 가능성도 거론된다. SK이노베이션 E&S는 여주·나래 LNG 발전소 2곳에 대해 지분 일부를 유동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보령 LNG 터미널 지분 유동화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현재로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SK엔무브 지분을 재매입한 뒤로 SK온과의 합병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합병과 관련해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