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NOW] 미국발 관세 폭탄에…자동차 부품업계도 비상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부품 현지화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사의 주요 고객인 현대차그룹이 미국 관세로 인한 소비자가격 인상을 피하기 위해 부품 현지화에 나서면서 국내 부품사의 수출길은 좁아지고 납품 실적 악화라는 이중고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24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단기적으로 부품 소싱 변경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략적인 부품 현지화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총 200여 개 부품에 대한 최적의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며 전사적인 협업체계를 통해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미국의 관세 폭탄 여파가 현대차그룹의 수익성에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2분기 중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분이 8282억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20%가 부품 관세에서 발생했다. 기아 역시 7860억원의 영업이익이 줄어들며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공급망 전환이 국내 부품업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2억2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 중 약 60~70%가 현대차·기아의 물량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이 현지 부품 사용을 확대하면 국내 부품사는 최대 수출처를 상실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현지 부품 조달률은 48.6%로, 테슬라(68.9%), 혼다(62.3%), 토요타(53.7%) 등 주요 경쟁사에 비해 낮은 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중심으로 연간 120만대 수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미국으로 수출된 국내 부품이 완성차 생산에 투입되며 일정한 수요를 유지했지만 앞으로 현지 조달 체계가 굳어질 경우 국내 공급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내 부품업계의 완성차 업체 납품액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0.3%에 달했다.

 

한 부품사 관계자는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 국내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이 경우 매출 감소는 물론 고용 및 투자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일부 부품사는 아직까지는 관세 충격을 버텨냈다. 현대모비스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6.8% 증가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부품 관세 시행일이 완성차보다 한 달 늦었고 일부 미국 생산물량에 대해 2년간 감세 혜택을 받은 것이 주요했다. HL만도와 현대위아도 같은 기간 각각 16.2%, 2.1%의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하지만 업계는 3분기부터 본격적인 관세 여파가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율 관세가 유지될 경우 완성차 판매량 감소는 물론 부품 납품단가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경쟁력 강화 및 관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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