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 살인” 李대통령 발언 나올만 했네...포스코이앤씨 사망사고에 격한 반응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포스코이앤씨 공사현장에서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강도 높은 발언까지 쏟아내며 격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29일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28일 포스코이앤씨 고속국도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살자고 간 직장이 전쟁터가 된 것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인데도 방어하지 않고 사고가 난 것”이라며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결과가 아닌가 싶어 정말로 참담하다”고 강한 어조로 탄식했다. 이어 “사람 목숨을 목숨으로 여기지 않고 작업 도구로 여기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나와 내 가족이 귀하듯 일하는 노동자도 누군가의 가장이고 가족이며 남편이고 아내”라고 강조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10시20분쯤 경남 의령군 소재 포스코이앤씨 시공 사업장에서 한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상수도 공사 중이던 근로자가 맨홀에서 질식사한 사고까지 언급하며 산업현장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폐쇄된 공간에 일을 하러 들어가면 질식 사고로 사망할 위험이 높다는 것은 국민적 상식인데 어떻게 보호장구도 없이 일을 하게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며 “예상할 수 있는 일을 방어하지 않고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다. 아주 심하게 이야기하면 법률적 용어에 의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하청의 하청, 하청의 하청의 하청, 4~5번씩 하청이 되면서 원도급 금액의 절반 정도로 실제 공사가 이뤄지니 안전시설이나 조치를 할 수가 없다”며 “법으로 금지된 건데 방치됐다. 포스코이앤씨 같은 데서 1년에 5번씩 산재 사고가 나는 것도 그런 것과 관련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후진적 사고를 영구적으로 추방해야 한다. 올해가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근절되는 원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무부처 장관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선 “본인은 매주 나가고, 불시단속은 계속하고 있냐”고 물은 뒤 “언제 한번 저도 같이 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사람 목숨을 지키는 특공대라는 생각을 갖고서, (산업현장 안전 규정 위반을) 정말로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김 장관이 “직을 걸겠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상당 기간이 지나도 (사고가) 줄어들지 않으면 진짜로 직을 걸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현행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실제 이익은 회장이 버는데 사장이 책임을 지니 효과가 별로 없는 것”이라며 “(산재 사고 예방을 위해) 형사처벌이 결정적 수단은 못 되는 것 같고, 지출이 늘어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원인으로 똑같은 방식의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데 이것을 징벌적으로 배상하는 방안도 검토해봐라”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어 “고액의 과징금, 사실 경제적 제재를 가해야 실제 예방을 위해 나서지 않겠냐”며 “자본주의에선 이익 손실 계산이 중요하다”고 부언했다.

 

 특히 사망사고 발생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김영훈 장관은 “공사 기간 단축을 이유로 사람이 죽어선 안 된다. 이와 관련해선 표준 도급계약서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사망사고 발생 시 형사처벌, 징벌적 손해배상과 함께 공공 입찰에 참여를 제한하거나 영업정지 조치를 하는 방식을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각 은행의 내규를 보면 기업의 평판 요소를 고려해 이런 일이 일어나면 대출 제한을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중대한 사고가 나면 ESG(환경·사회·투명 경영)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아주 재미있는 것 같다. 산재 사망사고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면 여러 차례 공시해서 주가가 폭락하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