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호관세 시한을 앞두고 한미 간 마지막 협상이 이뤄지는 가운데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해온 조선산업 협력 강화와 함께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협상 카드로 검토 중이다.
29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에서 농축산물이 주요 카드로 거론되며 개방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28일 “미국 측의 압박이 거센 것은 사실이며, 농축산물 개방 요구가 실제로 존재한다”며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최대한 양보의 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농축산물을 협상 항목에서 제외하고자 했지만 미국 측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협상 테이블에 포함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최근 “협상 품목 안에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구체적인 품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은 그간 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해 쌀, 소고기, 사과, 유전자변형 감자 등을 문제 삼아 왔다. 이 가운데 특히 쌀과 소고기 시장 개방 가능성에 대해 한국농축산연합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등 국내 농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먼저 소고기다. 우리 정부는 현재 30개월령 미만의 미국산 소고기만을 수입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SNS(트루스소셜)를 통해 “미국의 훌륭한 소고기를 거부하는 나라들을 두고 보겠다”는 글을 올리는 등 대미 시장 개방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협상 경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산물 협상은 우리 측이 아닌 미국 측의 요청으로 시작된 것이며,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소고기의 경우 이미 개방된 시장이지만 검역상의 조건이 존재하므로 완화하려면 양국 협의와 국회의 비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시장 개방이 구체화되면 피해 규모를 추산하고 이에 맞는 피해 보전 대책을 수립하는데 현재 협상 속도가 워낙 빨라 명확한 대응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쌀도 한국은 미국과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등 5개국에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적용하고 있는데, 일본과 달리 미국에 할당한 물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른 4개국과 합의를 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난제’로 꼽힌다. 일본도 애초에 쌀 수입 확대를 검토하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쌀 수입 확대를 포함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통상 전문가는 “농산물 개방은 단기적으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카드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농업에 미치는 파급력은 매우 크다”며 “정부는 타결 여부와 무관하게 조속히 피해 보전책 마련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