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세계적인 경제 지도자들이 한국의 경주로 향한다. 27일부터 11월 초까지 이어지는 APEC 주간에는 굵직한 경제 일정이 연달아 열린다.
산업통상부는 대한상공회의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APEC 정상회의 주간에 APEC CEO 서밋과 부대행사, 수출·투자 연계 행사 등 다양한 경제인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28∼31일 경주 예술의 전당과 보문관광단지 일대에서 개최되는 ‘APEC CEO 서밋 2025’(CEO 서밋)은 정상회의와 함께 APEC 양대 협력 플랫폼으로 정책-시장 간 가교 역할을 한다. 올해 행사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인과 정책결정자 등 1700여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산업·경제 협력은 물론 AI(인공지능), 반도체, 디지털 전환, 에너지 전환 등 차세대 성장 의제들이 대거 논의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KCCI)가 주최하는 이번 CEO 서밋은 젠슨 황 CEO, 마스 쿠리언 구글 클라우드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글로벌 리더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AI, 반도체, 에너지 전환, 디지털 혁신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과 세션 토론을 진행한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인공지능과 친환경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각국 기업들은 이 자리에서 투자·협력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다.
CEO 서밋을 앞두고 27일부터 부대 행사로 산업별 세션 퓨처 테크 포럼이 순차적으로 열린다. 첫날 HD현대가 주최하는 조선·해양 포럼이 경북 경주 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조선업 미래의 형성’을 주제로 한 ‘퓨처 테크 포럼: 조선’으로 글로벌 기업, 정부 기관, 학계관계자들이 모여 주요 산업 현황을 공유하고 청사진을 밝히는 자리였다. 이날 포럼에는 헌팅턴 잉걸스, 안두릴, 지멘스, 미국선급(ABS) 등 HD현대 파트너사를 비롯해 조선업계, 학계, 정부·군 관계자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모든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 간 경계를 넘는 긴밀한 협력, 즉 혁신을 위한 글로벌 혁신 동맹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한화 방산 3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이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평화’를 주제로 ‘한화 퓨처 테크 포럼: 방산’을 진행했다.
포럼에는 국내외 방산기업 CEO들을 포함해 총 270여명이 참석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환영사에서 “한화는 인공지능(AI), 스마트 제조, 우주, 에너지 등 미래 프런티어 분야에 지속해 투자하며 글로벌 안보 협력의 신뢰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면서 “한화의 기술은 도발이 아닌 보호를 위한 기술이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평화를 위한 기술’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또 포럼에는 크리스토퍼 파인 전 호주 국방장관, 랠프 우디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속대응군 사령관이 특별연설을 맡았다.
28일에는 SK그룹이 주관하는 AI 포럼, GS리테일의 디지털 유통 세션이 진행되며 30일에는 업비트가 주최하는 디지털 자산 포럼, 한국수력원자력의 미래에너지 포럼이 이어진다.
각 세션에서는 산업별 글로벌 공급망, 기술 혁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략 등을 다루며 정상회의 의제인 ‘공급망 안정’과 ‘녹색성장’에 대한 민간 차원의 대응 논의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올해 CEO 서밋은 APEC 역사상 가장 기술 중심적인 논의가 될 것”이라며 “AI와 반도체, 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국제 협력 구조가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번 APEC 일정을 계기로 한국의 외교·경제 위상 제고와 수출 모멘텀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정상회의를 단순한 외교행사로 그치지 않고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경제 협력의 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PEC 기간 중 양자·다자 비즈니스 미팅이 200여 건 이상 예정돼 있으며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파트너십 체결 및 투자 유치 사례도 나올 전망이다. AI,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한 협력 논의가 본격화되면 한국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