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로 위에서 수많은 교통사고를 목격한다. 대부분은 한순간의 부주의나 불운이 겹친 안타까운 사고다. 하지만 만약 그 ‘사고’가 누군가의 생계 수단이자 계획된 범죄라면 어떨까.
최근 수원지방법원에서 5년간 6억 6천만 원이 넘는 돈을 편취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보험사기가 우리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40대 남성 A씨는 여자친구 B씨와 함께 5년간 상습적으로 교통사고 보험사기를 저질렀다. A씨는 운전대를 잡고, B씨는 조수석에 탑승했다. 이들의 주된 방식은 차선 변경을 시도하는 차량을 보고도 고의로 피하지 않고 들이받는 것이었다.
이들은 2020년부터 약 2년간 14회에 걸쳐 2억 원이 넘는 보험금을 챙겼으며 A씨는 단독으로도 45회에 걸쳐 4억 5천만 원을 추가로 수령했다.
놀라운 점은 범행의 동기였다. 재판부는 이들의 범행이 “주로 여자친구 B씨의 계좌 잔고가 부족할 때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생활비, 신용카드 대금, 개인 채무를 보험금으로 충당했고, A씨는 그중 일부를 도박에 사용하기도 했다.
A씨는 재판에서 "복용한 약물 부작용, 상대방의 난폭 운전, 자신의 잘못된 운전 습관 탓"이라며 고의성을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보험사기가 우연한 사고로 둔갑하기 얼마나 쉬운지, 그리고 법원이 이를 어떤 방식으로 가려내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단순 사기죄가 아니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점도 중요하다. 보험 제도는 다수의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불의의 사고를 당한 가입자를 돕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보험사기는 이 안전망의 기반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선량한 보험계약자에게 피해를 주고 보험의 사회적 기능을 저해한다”고 지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씨는 ‘사고’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고의’라고 판단했다. 그 근거는 ‘시간’이었다. 재판부는 “일반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하고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최대 0.8초가 걸린다”고 보았다. 그러나 A씨는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시간이 0.87초에서 최대 5초까지 있었다. 즉, 충분한 회피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를 이용하지 않은 점이 고의성을 뒷받침한 것이다.
또한 계좌 잔고가 부족할 때마다 사고가 발생한 패턴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보험금이 입금된 직후 신용카드 대금과 채무 상환에 사용된 자금 흐름 역시, 피고인이 사고를 유발할 경제적 동기가 있었다는 강력한 근거가 되었다.
A씨의 범행은 결국 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 총액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보험사는 이러한 손실을 어떻게 보전할까. 결국 모든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이라는 방식으로 부담이 전가된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저지른 범죄의 결과를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되는 것이다.
A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과 ‘피해 회복 노력 부재’를 이유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여자친구 B씨 역시 공범으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보험사기는 ‘운 없는 사고’를 가장한 계획된 범죄이며, ‘공짜 돈’이 아니라 결국 우리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미래의 비용’이다. 순간적 선택으로 범죄에 가담하는 것은 결국 징역 5년이라는 대가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글쓴이: 최유철 법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