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특수한 임대차 제도인 전세는 임차인이 큰 금액의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기고 월세 없이 거주하며, 계약 종료 시 보증금을 반환받는 구조다.
이 체계는 한때 임차인에게 월세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였지만 지금은 ‘전세 리스크’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외국인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출국하거나 연락이 끊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외국인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가 100건을 넘어섰고, 피해액은 약 243억원에 달하며 이 중 회수된 금액은 2% 수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채권이 사실상 회수 불가 상태로 HUG의 보증이 사실상 전혀 없는 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 등을 계산하면 훨씬 더 많은 사고가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 국적 임대인이 가장 많았고, 이들이 채권 미회수액 중 약 84.5억원을 차지한다는 보고가 나왔다.
이 같은 사태는 여러 면에서 심각한 의미를 나타낸다. 첫째, 임차인 대부분이 청년층이거나 신혼부부 등 주거 약자라는 점이다. 이들이 한꺼번에 수천만원~수억원의 전세보증금을 날리는 현실은 주거 안정과 신뢰의 붕괴를 보여준다. 둘째, 제도적으로 이 문제가 외국인 투자·임대 확대와 병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이 국내 주택을 보유하고 임대 사업을 영위하는 사이, 세입자가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구조적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여러 전문가는 외국인 임대인에 대한 등록·출국 제한·보증금 예치 제도가 여전히 미비하다는 것과 무분별하게 임대 사업에 대한 허가를 진행하는 것 그리고 대출에 대한 역차별 등을 손꼽는다.
또한 외국인이 국내 주택을 다수 보유하고 임대업을 운영할 때, 국내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금리 인상 등의 구조 속에서 ‘보증금을 채권화’해 해외에 자금을 유출하는 경로로 기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외국인 집주인의 책임’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이는 임대차 시장 전체·주택 제도의 신뢰 구조와 직결된 문제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연락이 끊기는 순간, 그 손실은 고스란히 세입자와 보증기관(주택도시보증공사)으로 전가된다. 실제로 보증 공사는 외국인 임대인 사고로 대위변제한 금액이 약 211억원이지만 회수액은 약 60억원 수준에 그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더 이상 방치하면 3년 뒤 자칫 캄보디아 사태를 뛰어넘는 외국인 전세사기의 리스크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며 정책적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으로 단기 중기 장기의 대인은 세 가지 정도로 나뉠 수 있다.
첫째, 외국인 임대인이 국내 주택을 임대 사업자로 운영하면 보증금 예치 및 에스크로 제도 적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임대계약 체결 시 보증금이 별도 신탁 계좌나 보증기관 예치 계좌로 이전되도록 한다면, 집주인이 연락을 끊고 출국하더라도 채권이 보호될 수 있다.
둘째, 임대인이 보증금 미반환으로 신고된 후에는 즉시 출국 제한 조치를 포함한 행정제재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사실상 집주인이 해외로 나가면 추심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셋째, 외국인 임대인 자료의 체계적 공시 및 등록 강화가 필요하다. 임대인이 다주택자이거나 법인형 임대 사업자로 등록된 경우, 임대인 정보를 등록·공시하도록 하고,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에 대비한 전세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전세는 한국만의 독특한 임대차 제도였지만 지금은 금융·투자 리스크의 진앙이 되고 있다. 외국인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사태는 단편적 사건이 아니라, 한국 주택시장과 제도의 신뢰 기반을 흔드는 경고다.
임차인 보호, 주거 안정, 그리고 제도 신뢰 회복 없이 외국인 임대 확대만을 허용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세우는 일과 다르지 않다. 시장 개방은 책임과 의무를 동반해야 한다. 그 책임을 다시 묻는 일이 지금 시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정해권 부동산 재건축 탐사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