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의 문턱에 선 지금, 우리는 어느 해보다도 복합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전략적 선택의 순간과 마주하고 있다. 국제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글로벌 공급망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재편되며, 기술 투자는 가히 폭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어떤 국가는 파도를 타고 도약하고, 어떤 기업은 수렁에 빠진다. 중요한 것은 ‘누가 선택을 하는가, 그리고 누가 선택을 받는가’라는 질문이다.
최근 글로벌 리서치 기관과 투자은행들이 공통으로 주목하는 개념은 ‘소수 주도 경제(Economy Led by the Few)’ 혹은 ‘슈퍼스타 경제(Superstar Economy)’다. 이는 자본과 기술, 데이터가 극소수 국가와 기업, 상위 계층에 집중되면서 경제 성장의 구조 자체가 비대칭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 분야에서는 선두 그룹이 시장 규칙을 새로 쓰고, 투자 자본의 흐름까지 결정하는 상황이다. 그들은 단지 기술을 보유한 주체가 아니라 게임의 심판이자 규칙 설계자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불평등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시장 경쟁과 성장 분배의 원리가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MIT의 로젠(Sherwin Rosen)은 이미 1981년, 소수의 재능과 자원이 극단적으로 수익을 독점하는 현상을 ‘슈퍼스타 이론’으로 설명한 바 있다. 지금의 글로벌 경제는 그 이론이 현실화된 무대로, ‘조금 더 나은 경쟁자’가 모든 성과를 가져가는 초(超)규모 수확 체제에 진입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심이 고정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중심과 주변의 경계가 얼마든지 재편될 수 있음을 경험해왔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전략, 기업의 투자 방향, 그리고 개인의 선택이다. 특히 2026년을 둘러싼 세계 경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변곡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기술 융합 주도의 산업 재편이다. 기존 산업 카테고리는 점차 해체되고 있다. ‘테슬라 대 애플’, ‘엔비디아 대 오픈AI’처럼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고, 속도와 실행력, 데이터 중심의 민첩성이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한국 기업은 규모의 경쟁이 아닌 핵심 기술과 인재 확보 경쟁에 전략을 집중해야 한다. 둘째는 AI 및 디지털 인프라 투자 사이클의 가속화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AI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슈퍼컴퓨터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됐고, 이는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와 같은 투자는 단지 기술 진보가 아니라, 내생적 성장(endogenous growth)의 핵심축으로 기능한다. 기술과 지식이 자본처럼 축적되고 증식되는 구조는 폴 로머(Paul Romer)의 성장 이론을 다시 소환하게 한다. 셋째는 지정학 리스크의 상수화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중동의 불안정성 등은 통화정책, 원자재 시장, 글로벌 투자 흐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같은 다자 협의체가 신뢰 회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구조적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면서도 다자 전략과 산업 보호 정책을 병행하는 입체적 대응 역량이 필요하다. 넷째는 기후·안보·산업 전략이 결합된 공급망 경쟁이다. 전기차, 배터리, 수소, 풍력·태양광 등에서 보조금과 규제가 산업과 무역의 기준을 다시 짜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이 국가보조금 경쟁에 나서는 가운데, 한국도 조세, 금융, 외교 전략을 통합한 정책 패키지로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할 시점이다.
이처럼 구조적 전환이 진행 중인 시대, 중요한 것은 흐름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재점검하는 일이다. 기술과 자본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현상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불변의 구조는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기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중심에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개인은 자기 주도적 학습과 경력관리를 통해 미래 산업의 수요 지점에 자신을 접속시켜야 할 시점이다.
누구도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그러나 방향을 선택하고 준비하는 자에게는, 위기의 시대가 새로운 성장의 출발선이 될 수 있다. 이것이 2026년을 준비하는 한국 경제와 사회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우리는 지금 중심으로 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주변에 머무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