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5일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인공지능(AI), 문화 콘텐츠 등을 중심으로 양국 간 경제협력 수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은 같은 바다에서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항해하는 배의 입장”이라며 “지금까지 같은 파도를 넘으면서 성공적 관계를 이끌어왔다. 산업 공급망 연계를 통해 서로의 발전에 도움을 주며 글로벌 경제를 선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경제 통상 환경을 보면 더는 과거처럼 정해진 흐름을 쉽게 따라갈 상황이 아니다. 기술은 빠르게 방향을 바꾸고 공급망 예측은 어려워졌다”며 “관성에만 의존한다면 중요한 점을 모른 채 지나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한중 교역액이 3000억 달러 수준에서 정체돼 있는데,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며 “AI라는 미래 기술을 통한 새로운 차원의 협력을 함께 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제조·서비스업 등 각 분야에서 협력의 깊이를 더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생활용품, 뷰티, 식품 등 소비재, 영화·음악·게임·스포츠 등 문화 콘텐츠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고려시대 국제 무역항인 ‘벽란도’를 언급하면서 “주목할 점은 외교적 긴장과 갈등이 있었던 시기에도 벽란도를 통한 교역은 중단되지 않았다”면서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 평화와 질서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벽란도 정신’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서는 우리가 새롭게 찾아나갈 항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차이보다 공통점을 더 많이 찾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은 지리적인 인접성을 갖추고 있으며, 역사적 유대 속에서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늘 행사가 우호적 관계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인 최태원 회장도 양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포럼 개회사에서 “흔히 한중관계의 방향을 논할 때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며 “두 나라 대표 경제인들이 서로 차이를 넘어 좋은 성장의 실마리를 함께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포럼에선 양국 경제인들 간 활발한 교류의 장이 열렸다. 4대 그룹 총수들을 비롯해 경제사절단으로 중국을 찾은 200여명의 기업인들이 중국 기업들과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대규모 방중 경제사절단이 꾸려진 건 2019년 12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이들은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을 비롯해 한한령 연관 산업인 엔터, 게임, 콘텐츠,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발전 가능성을 찾기 위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