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일 상승하며 사상 첫 4800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10월 4000선을 넘어선 지 4개월 만에 꿈의 5000선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반도체 등 일부 대형주 쏠림현상과 고환율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3.19포인트(0.90%) 오른 4840.74에 장을 마쳤다. 11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며 역대 세 번째로 긴 랠리를 이어갔다. 사상 처음 시가총액도 4000조원도 넘겼다.
특히 코스피 상장 주식 10개 종목 중 1개 비율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코스피에서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은 모두 117개로 집계됐다. 이는 현재 거래 중인 코스피 전체 상장 종목(929개)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먼저 국내 대형 반도체주들이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 증가 기대감과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역대 최대 실적 소식 등에 일제히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장중 14만 95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이자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8일 장중 78만 8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이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수혜가 기대되는 증권주들도 줄줄이 신고가를 찍었다. 미래에셋증권(16일·3만 2600원), 키움증권(15일·33만 8000원) 등이 52주 최고가를 새로 썼다.
현대차(16일·42만 6500원)도 최근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부각된 로보틱스 모멘텀이 지속되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으며 기아(16일·15만 9500원), 현대모비스(012330)(13일·46만 8500원) 등 그룹주도 줄줄이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근 베네수엘라 사태 및 미국의 이란 공격 가능성 등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면서 지난 1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132만 9000원), 한화시스템(9만 9300원) 같은 방산주도 일제히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증시에 진입하려는 주변 자금도 급증했다. 15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92조603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87조8291억원에서 올해 들어 보름새 4조7739억원 늘어난 규모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같은 기간 27조2865억원에서 28조7456억원으로 1조4591억원 증가했다. 반면 은행의 예치 자금은 점차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643조5996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674조84억원에서 올해 들어 보름 새 30조4088억원 급감했다.
다만 코스피 5000 달성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는 것은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외국인 수급과 기업 실적 가시성이 흔들릴 수 있고 주도주 편중이 심해질수록 지수의 ‘내구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도주 쏠림도 부담이다. 코스피 랠리가 반도체로 압축되면서 지수 체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코스피의 35%를 넘는 수준으로 커졌다. 최근 1년 국내 증시 시가총액 증가분 가운데 두 종목의 증가분 비중이 약 절반에 가깝다는 점도 시장의 ‘쏠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