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차기 금고 선정을 둘러싼 은행권 경쟁이 본격화됐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서울시 자금을 관리하는 초대형 기관영업 사업으로, 현재 금고지기인 신한은행과 과거 100년 넘게 서울시금고를 맡았던 우리은행 간 자존심 대결이 핵심 구도로 꼽힌다.
◆‘51조원’ 서울시 자금 잡아라…차기 금고 입찰 돌입
5일 서울시와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차기 시금고 지정을 위한 제안서를 접수한다. 이어 오는 12일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1금고와 2금고를 선정하고, 다음달 중 약정을 체결한 뒤 하반기 수납시스템 구축 등 운영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1금고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2금고는 기금을 담당한다. 각 금고는 세입금 수납, 세출금 지급, 예금 종류별 자금관리 등 서울시 재정 집행의 핵심 업무를 맡는다.
서울시 금고가 은행권 기관영업의 ‘최대어’로 불리는 이유는 규모와 상징성 때문이다. 올해 서울시 예산은 51조4778억원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대 수준이다. 금고은행으로 선정되면 대규모 공공자금을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낮은 조달비용으로 자금 기반을 넓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수도 서울의 금고를 맡는다는 브랜드 효과와 공공기관·법인 영업 확장성도 따라붙는다.
◆금리 배점 커졌다…운용수익·관리역량이 승부처
평가기준은 총 100점 만점이다. 세부적으로는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 25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20점, 시민 이용 편의성 18점, 금고업무 관리능력 28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 7점, 그 밖의 사항인 녹색금융 이행실적 2점으로 구성된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는 수시입출금식 예금 적용금리 배점이 기존 6점에서 8점으로 높아졌다. 서울시 자금이 실제로 머무는 계좌의 운용수익을 더 중시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입찰은 단순한 출연금 경쟁보다 금리와 운영역량 중심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가 수시입출금식 예금 적용금리 배점을 높인 데다, 금리와 지역사회 기여 항목의 점수 편차 조정 방식도 바뀌면서 실질적 혜택을 제시하는 은행이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 입장에서는 높은 금리와 대규모 협력사업비를 제시할수록 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금고가 여전히 상징성 높은 사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과도한 베팅이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함께 커지고 있다.
◆‘수성’ 신한 vs ‘탈환’ 우리…자존심 건 맞대결
이번 서울시금고 입찰의 핵심은 신한은행의 수성과 우리은행의 탈환을 둘러싼 자존심 대결이다. 2019년 우리은행의 100년 독점을 깨고 1금고를 차지한 신한은행은 현재 1·2금고를 통합 운영 중이다. 현 운영 은행으로서의 시스템 안정성과 업무 연속성, 서울시 재정 업무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최대 강점이다. 하지만 그간 투입된 막대한 출연금과 전산 구축비에 따른 비용 부담, 그리고 장기 운영에 따른 지적 사항 보완 등이 과제로 꼽힌다.
반면 우리은행은 1915년부터 이어온 ‘금고 명가’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2018년과 2023년 잇따라 금고를 내어준 만큼, 지난해부터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준비해오고 있다. 오랜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금리와 시스템 제안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비운영 은행으로서 시스템 전환 시의 안정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