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 전기요금 조정 관련 관계부처 협의가 길어졌다. 따라서 결국 요금 조정 발표는 추석 연휴를 넘기게 됐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진행 중인 4분기 전기요금 조정안 검토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 한전으로부터 연료비 조정단가를 킬로와트시 당 +5원 동결로 제출받은 산업부는 물가당국인 기재부와 요금 조정 검토에 들어갔던 상황이다.
산업부는 한전의 누적 적자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 시기와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재부는 국민 물가 부담 가중 등을 우려하며 맞서고 있다.
현재 한전은 누적적자가 47조원에 달하고 201조원 규모의 부채를 기록한 상태다.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긴 것으로, 이런 상황이면 내년 신규 한전채 발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논의가 길어지면서 당초 이달안에 발표하려던 전기요금 조정안 발표는 추석연휴를 넘기게 됐다. 산업부와 기재부 간 협의가 끝나면 당정협의회를 거친 후 전기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공세도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당정협의회가 길어지면 또 다시 지난 2분기 때처럼 전기요금 조정이 무기한 보류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한전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김동철 한전 사장은 '비상경영·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 김 사장은 "직면한 절대적 위기를 극복하는 실마리가 보일 때까지 당분간 이번 추석 연휴를 포함한 휴일을 모두 반납하고 24시간 본사를 떠나지 않고 핵심 현안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임기 첫날 '워룸(비상경영 상황실)'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장실에 간이침대를 들여놓고 실제 숙박을 시작했다. 특히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는 "한전은 물론이고 전력산업 생태계가 지금 붕괴 직전"이라며 "에너지 95%를 수입하는 상황에서 국가 무역 수지를 줄이는 차원에서도 전기요금 정상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요금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