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중고차 시장] 중고차 시장은 지금 춘추전국시대

KG모빌리티, 오프라인 전시장 오픈
시장 잠재력 커 완성차 진출 러시
소비자 불신해소, 시장 선진화에 도움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서서울모터리움 KG모빌리티 인증 중고차 전시장. KG모빌리티 제공

 중고차 시장에 ‘춘추전국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KGM)는 지난 20일 서울 강서구 서서울모터리움에 첫 인증 중고차 오프라인 전시장을 열고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인증 중고차란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정비와 점검을 마친 중고차를 가리킨다. KGM은 5년·10만㎞의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매입해 인증 중고차 상품화 절차를 거쳐 판매할 예정이다.

 

 KGM의 인증 중고차는 정밀진단, 성능개선, 외관개선 등 7단계 280여개 항목의 진단검사 및 품질개선을 거친다. 그 결과는 인증 중고차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에게 제공된다. 고객이 인도받은 인증 중고차에 만족하지 않으면 3일 내 환불해주는 ‘책임 환불제’도 운영한다.

 

 KGM은 첫 오프라인 전시장에 70여대의 차량 전시 공간을 확보했으며, 향후 추가 거점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KGM 관계자는 “단순한 중고차가 아닌 ‘KGM이 직접 만든 또 하나의 차’라는 생각으로 소비자가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든 데 이어 KGM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아직 현대차와 기아의 인증 중고차는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인증 중고차 사업을 론칭하면서 당해 5000대 판매 목표를 세웠으나, 해를 넘기고 현재까지 1600여대를 팔았다. 이런 추세면 올해 1만5000대 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렵다. 현대차가 취급하는 매물 역시 5년·10만㎞ 이내 무사고 자사 브랜드 차량으로 한정돼 있다. 일반 고객 대상으로 매물을 구하기엔 까다로운 조건이다.

 

 이런데도 KG모빌리티까지 완성체 업체들이 잇달아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시장 규모가 꾸준히 커지고 있어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신차 거래 대수는 40만1322대지만 중고차 거래 대수는 60만6997대로 나타났다. 완성차 업계는 예전부터 중고차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왔다.

 

 소비자들은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관해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중고차 시장엔 지금도 허위·미끼 매물 등이 많아 소비자들의 불신이 여전하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2021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인식을 묻는 말에 응답자 79.9%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허위·미끼 매물’이라는 답변이 54.4%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격 산정 불신, 주행거리·사고이력 조작에 따른 피해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업계에선 시장에 진출한 완성차 업체들이 오랜 기간 제기돼 왔던 ‘정보 비대칭’ 등 중고차 시장의 여러 문제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미국, 독일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중고차 시장이 선진화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점이 지목된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까지 장악하면서 중소업체를 고사시키고, 소비자들의 편익도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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