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계엄이 남긴 상처, 흉 지기 전에 아물려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4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 후 병력이 투입된 시간은 한두 시간에 불과했으며, 계엄 선포의 책임은 야당에 있다며 책임을 돌렸다.

 

 국민들은 달라진 것 없는 기조에 분노하면서도, 의연하게 증시와 환율을 살폈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 표결, 공식 해제 선언, 탄핵소추안 발의 및 폐기까지 열흘간 펼쳐진 일련의 사태로 교훈을 얻은 덕분이다.

 

 30대 직장인 A 씨는 “일본 여행을 앞두고 엔화가 급상승해서 조금만 환전했는데, 담화문 내용을 보니 탄핵 전까지 크게 변화할 일은 없는 것 같아서 추가 환전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날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담화 직후 다시 주춤했다.

 

 계엄 선포부터 공식 해제까지 약 6시간이 소요됐지만, 산업계가 받은 파장은 6시간짜리가 아니었다. 장기화한 내수 침체 속에서 탈출구를 모색하고자 산업계는 예년보다 빠른 인사를 단행하고, 신성장동력을 중심으로 조직개편에 나섰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더욱 위축된 소비 심리와 근래 가장 높은 환율이다. 당장 내년 살림을 어떻게 구상할지 막막한 상황에 놓였다.

 

 계엄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산업계는 ‘트럼프 재집권’을 키워드로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언론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업종별 기상도와 대응 방향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뤘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의 경우 관세부과 및 수입 쿼터 축소 가능성이 언급돼 대미 외교력이 뒷받침되는 게 급선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시점에서 기업 관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계엄 사태에 따른 동향을 묻는 질문에 업종을 가릴 것 없이 “상황이 엄중해 공식 입장을 내는 것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도 현재까지 큰 출혈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앞으로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역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의 신용도에 문제가 없다는 건 삼성 같은 대기업에나 해당하는 이야기”라며 “12월은 해외 기업들의 휴가 기간인데 이번 일까지 겹쳐 신규 거래가 거의 없는 수준이 됐다”고 전했다.

 

 각 기업은 연말이면 당해 성과를 복기하고, 내년 트렌드를 소개하곤 했는데 지금은 정국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모습이다. 국민들은 2차 계엄은 없다는 군의 발표에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국민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정국 혼란을 일으킨 장본인들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자 막막해진 생계를 타개해보려는 절실함에 기인한다. 답은 정해져 있다. 새로운 리더십을 지향해 민생부터 챙기면 된다. 푸른 뱀의 해인 2025년에는 갈등을 봉합하고, 뱀처럼 유연한 사고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이 펼쳐지길 바란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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