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시대의 산업지형도] “파행과 갈등 반복”…제도 수술 들어갈까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에 사용자 위원들이 불참해 좌석이 비어 있다. 뉴시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노·사·공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투표를 거쳐 2025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보다 1.7% 오른 것으로, 대한민국 산업계는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월급 기준으로는 209만6270원(월 209시간 근무 기준)이다.

 

 그런데 과정을 놓고 잡음이 생겼다. 올해 시행한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는 법정 기한인 90일을 넘긴 105일이 소요됐다. 장기간 레이스를 했지만 갈등이 할퀴고 간 흉터만 남았다. 노사간 갈등을 키우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최임위는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으로 구성되며 90일 간 논의에 들어간다. 하지만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법정 기한을 지킨 사례는 9번뿐이다. 올해 기한은 당초 6월27일이었으나 갈등과 파행을 빚다 이를 훌쩍 넘긴 지난 12일 심의를 마무리했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 대한 의문도 끊이지 않는다. 현 심의 제도는 노사간 합의를 요구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노사 합의로 결정된 것은 단 7번뿐이다. 대부분은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제시하면 이를 표결하는 방식으로 결정돼왔다. 공익위원이 사실상 ‘캐스팅 보트’를 쥔 셈이다.

 

 이인재 최임위원장은 최저임금 의결 직후 “지금의 결정 시스템으로 봐서는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진전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앞으로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개편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와 후속 조치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018년 발표한 논문에서도 “정부의 공익위원 구성이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며 정부가 노사와 전문가 의견을 들어 직접 결정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노사도 입을 모아 구조 개편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결정 직후 성명을 내고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 방안이 이른 시일 안에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결정 구조의 변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현행 노사 간 협상에 의한 최저임금 결정 체계가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는 등 갈등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일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부도 제도 개선 착수를 공식화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국가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이 마치 개별 기업의 노사가 임금 협상을 하듯 진행돼 소모적 갈등과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며 “최저임금의 결정구조, 결정기준 등 그간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어 왔고 본격적인 제도와 운영방식 개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어 “최저임금 최종 고시일인 8월5일 이후 전문가와 현장 등이 참여하는 논의체를 구성해 저임금 근로자와 영세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심도 깊게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개편 논의 일정과 방식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박종필 고용부 대변인은 “최저임금 결정구조 자체가 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충분히 논의를 해서 답이 나오면 입법까지 할 예정”이라면서도 “국가적으로 큰일이기 때문에 목표시점을 정하지는 않았다. 이제 구체적으로 진도가 나가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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