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대란으로 ‘자체 클라우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일명 ‘죽음의 블루스크린(BSOD, 컴퓨터 화면이 갑자기 파랗게 변하는 현상)’으로 불리는 오류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가운데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외국 서비스 보다 자국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가들에서 피해가 적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가상의 서버로, 이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 대부분의 나라와 기업들이 아마존, MS,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번과 같은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입는 이유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러시아는 미국 등에 비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했다. 국내에서는 10개 업체 정도만 피해를 입었고, 이 역시 상당 부분 복구가 완료됐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저비용항공사 LCC 3사와 펄어비스, 그라비티 등 일부 게임업체들을 제외하고는 MS,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사용 비율이 높지 않았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국정원 인증 등을 거쳐야 하는 까닭에 네이버, KT 클라우드와 같은 국내 업체를 주로 이용하고, 병원과 공항 등은 자체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도 세계 곳곳에서 시스템 마비가 발생할 때 항공사와 국제공항,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 등 주요 인프라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해외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덕이다. 중국 국영기업을 감독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는 2022년 9월 극비 문건을 통해 미국 등 해외 소프트웨어를 중국 업체 제품으로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도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게 된 이후 해외 시스템을 교체하기 시작해 이번 사태의 영향을 적게 받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의 모든 것은 장애 없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러시아 기업들이 지난 2∼3년간 MS 시스템을 다른 상품으로 전환해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9일 발생한 글로벌 IT 대란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보안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MS의 운영체제인 윈도와 충돌하며 발생했다. 이에 따라 MS 클라우드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항을 비롯해 방송·금융·의료 등에서 서비스가 마비됐다. 850만대의 윈도 기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며, 완전히 정상화되기 까지는 몇 주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