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강소 기업을 가다] 주차 다음은 렌털…프리핀스 신상용 대표의 새로운 도전

프리핀스는 파킹클라우드 창업자 신상용 대표(사진)와 현대카드·캐피탈 금융본부장 출신인 김병석 대표가 힘을 합쳐 만든 렌탈 클라우드 플랫폼 기업이다. 자산 관리 업무를 디지털화해 중소 렌털회사의 금융 애로사항을 해결해준다. 프리핀스 제공
고금리·고물가·고환율까지 삼중고로 국내 산업계가 도전에 직면했다. 내수·수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투자시장의 자금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유례없는 위기감에 주눅 들기보다 뚝심 있게 기술을 혁신하며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비즈가 빛나는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알짜배기 기업들을 만나본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DX)’, 아날로그식 서비스에 정보통신기술(ICT)를 접목해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창출해내는 것을 뜻한다. 신상용 대표가 이끄는 프리핀스는 세계 최초로 중소 렌털 사업자 맞춤형 전사적 자원관리(ERP)를 제공하는 ‘렌털 전환(RX)’ 회사다.

 

 신 대표는 인공지능(AI) 주차관제 시스템 ‘아이파킹’ 운영사 파킹클라우드의 창업자로 잘 알려져 있다. 2021년 회사를 나와 이듬해 프리핀스를 창업했다. 아이파킹이 주차 관리원의 업무를 대신해줬듯 프리핀스 역시 중소 렌털 사업자가 엑셀로 기록하던 장부를 디지털화 해준다. 공신력 있는 자료를 제시할 수 있게 돼 금융권 대출도 이전보다 수월해진다.

 

 ‘프리핀스(FreFins)’라는 사명은 Free(자유)와 Finance(금융), Solution(해결책)의 조합어로 혁신 솔루션을 통해 중소 렌털 사업자들의 금융 애로사항을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신상용 프리핀스 대표는 “중소 렌털사업자를 위한 맞춤형 ERP 수요는 빠르게 높아질 것”이라며 “중소 사업자를 위한 ‘렌털 집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프리핀스 ERP 서비스 화면. 프리핀스 제공

◆아이파킹 성공 후 새로운 도전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렌털 시장은 2020년 40조1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내년에는 100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2020년 기준으로 보면 렌터카를 제외한 국내 렌털 시장의 77%가 연 매출 1000억원 미만 중소 사업자다. 신 대표가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근거다.

 

 ‘주차왕’인 신 대표가 렌털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신 대표는 국내에 ‘클라우드’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2011년 파킹클라우드를 창업해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회사가 2020년 론칭한 클라우드 기반의 주차 관제 서비스 아이파킹은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이 점을 인정받아 2021년 11월 NHN과 SK E&S가 파킹클라우드를 인수했다. 신 대표는 이후 회사를 나와 곧바로 프리핀스를 설립했다.

 

 파킹클라우드에서의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 신 대표는 “아이파킹 솔루션은 자동차가 주차장에 진입하면 번호판을 인식해 차단기를 열어주고 주차 시간을 기록해 알아서 금액을 정산해준다”며 “초기 설치 비용을 부담스러 하는 건물주를 위해 월 36만5000원에 솔루션을 렌털해줬고 이것이 큰 인기를 끌었다”고 돌아봤다.

 

 프리핀스는 중소 렌털 사업자를 위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제공한다. ERP를 어도비, MS오피스처럼 구독형 서비스로 판매한다. 구독료는 월 30만원 수준이다.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큰 렌털회사의 경우 자체 ERP를 갖추고 있지만 소규모 회사는 비용 부담에 ERP를 구축할 엄두도 못 낸다. 신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중소 렌털 사업자는 수천곳이다. 렌털가전이라고 하면 정수기나 비데를 생각하기 쉬운데 품목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일반 사무실의 노트북부터 프린트, 커피머신까지 렌털은 우리 주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다만 소규모 렌털회사의 경우 어느 사업장에 어느 품목이 대여되고 있는지를 사람이 직접 엑셀로 정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렌털가전 구입을 위해 자금을 대출받을 때 발생한다.

 

 ‘렌털업은 사업자가 먼저 물품을 매입하고 고객에게 대여하는 특성상 운영자금 융통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공신력 없는 엑셀 자료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주자.’ 세상에 없던 렌털사업자 맞춤형 ERP는 그렇게 탄생했다.

 

프리핀스 김병석(왼쪽), 신상용 각자대표. 프리핀스 제공

◆신용보증기금 ‘퍼스트펭귄’ 선정

 

 프리핀스는 신상용·김병석 각자대표 체제다. 신 대표는 현대카드·캐피탈 금융본부장 출신인 김병석 대표와 공동으로 프리핀스를 창업했다. 신 대표는 파킹클라우드 대표로 재직할 당시 융통을 위해 현대캐피탈과 컨택하면서 김 대표와 인연을 만들었다. 기술통과 재무통의 만남인 셈이다.

 

 신 대표는 “처음 창업을 하고 나서 직원 3명으로 시작해 작은 사무실에서 솔루션을 준비해왔다”며 “올해 3월에 처음 솔루션을 선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영업·개발 인력도 지속적으로 채용 중이다.

 

 ‘프리핀스 ERP(FRP)’는 표준화된 ERP 프로그램을 지원해 렌털사업 업무를 자동화해주는 솔루션이다. 초기 구축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대여·재고 현황을 체계적으로 추적·관리할 수 있어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도 높아진다. 프리핀스 ERP를 통해 사업 성과 데이터의 대외적인 신뢰도가 높아진 만큼 금융권 문턱도 낮아진다. 뿐만 아니라 전자계약, 세금계산서 처리, 공동 구매를 통한 렌털 물품 구매 비용 절감, 유휴 자산 처분·교환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 ‘렌털 집사’라는 타이틀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신 대표는 “서비스 제공 초기인만큼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출발이 아주 산뜻하다. 프리핀스는 신용보증기금의 유망 스타트업 보증 제도인 ‘퍼스트펭귄’에 선정돼 3년간 15억원 규모의 신용 보증과 금융 지원 혜택을 받게 됐다. 퍼스트펭귄 프로그램은 위험한 바다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이 뒤따르도록 이끄는 퍼스트펭귄처럼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도전하는 스타트업을 선정해 밀착 지원·육성하는 제도다.

 

 신 대표는 향후 판매 부진으로 물류 창고에 재고가 쌓여 고민하는 제조·판매사가 렌털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ERP를 중심으로 렌털 전환 컨설팅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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