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되면 로또보다 더한 로또?’
최근 폭발적인 관심으로 화제가 된 무순위 청약은 로또를 넘어서는 ‘일확천금’의 기회였다. 바로 지난달 30일 시행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이다. 이곳에 300만명 가까이 몰리면서 경쟁률은 무려 294만4780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무순위 청약 최고 경쟁률로 지난 2월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가 세운 종전 역대 최다 청약신청자 기록(101만명)을 크게 경신한 수치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29일 실시한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의 특별공급 청약 경쟁률은 352.5대 1로 집계됐으며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527.3대 1에 달했다. 동탄역 롯데캐슬과 래미안 원펜타스 모두 주변 시세를 고려했을 때 각각 10억원과 20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오면서 경쟁률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로또보다 더한 청약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동탄역 롯데캐슬은 청약일을 연장하는 상황까지 연출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접속자 폭주로 접속이 원활하지 않자 이날 청약 접수 마감 시간을 오후 5시30분에서 오후 11시로 연장했다. 종료시간이 임박했던 같은날 오후 4시50분쯤 예상 대기시간은 약 700시간, 대기 인원은 250만명에 달했다. 결국 청약홈이 마비되자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은 오후 11시를 넘겨 다음날까지 하루 더 기한을 연장했다. 기한을 하루나 더 연장하는 경우는 2020년 2월 청약홈 운영 이래 처음이다.
부동산 업계는 놀랐다. 일부 인기 단지에 신청자가 몰릴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예상 대비 3배 이상의 많은 숫자였다. 로또청약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대한민국에서 청약 통장을 가진 이들의 10%가 신청을 했다. 또 청약통장이 필요치 않은 무순위 청약인 터라 진입 장벽 자체가 아예 없었다. 공급 불안에 대한 우려로 인해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기 목적의 움직임까지 감지됐다. 업계에서는 이후에도 일부 수도권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실제 주변 시세보다 많이 낮다 보니 ‘일단 당첨되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적용하지 않은 곳 대비 6배나 높았다. 이에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가격을 짓누르는 것보다는 실제 시세보다 5∼10% 낮추는 정도가 현실적으로 적당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동안 수도권 일대 미분양이었던 단지가 완판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수도권 집값이 반등한 점도 청약 열기를 부추긴 또 하나의 이유로 보인다. 더구나 서울 아파트가격은 18주 연속 상승세로 특히 지난주 상승률은 전주 대비 0.3%에 달했다. 5년10개월 만에 기록한 가장 높은 주간상승률이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는 다시 ‘오늘 사는 게 가장 싸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으로서는 부동산 매수세가 커지고 투기적 수요가 조금씩 짙어지는 분위기에서 금리 인하에 더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중고를 겪으며 대한민국의 내수 경제가 고통을 받는 현 상황에서 부동산만 홀로 뜨거워지는 현상은 정말 위험한 신호임을 감지해야 한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