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2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한국타이어가 하도급 대금지급에는 브레이크를 밟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이랜드, KT 역시 목적물을 수령하고도 하도급 대금 법정지급 기간인 60일이 지나서야 지급한 비중이 높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하반기 하도급대금 결제조건 공시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하도급법 제13조 제1항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목적물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하도급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60일을 넘어서면 지연이자 등을 지급해야 한다.
이번 점검 결과에서 법정 지급기간인 60일을 초과해 대금을 지급한 경우는 한국타이어가 9.85%로 가장 많았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3분기 역대 분기 최대 매출(2조3400억원), 4분기 최대 영업이익(4924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올해 2분기 영업이익 42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2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타이어 외에도 이랜드(5.85%), KT(2.32%)가 60일이 지나서 하도급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T는 지난해 하반기였던 추석을 앞두고 그룹사와 함께 1370억원 규모의 협력업체 납품대급을 조기에 지급하며 “황금 연휴를 앞두고 자금수요가 몰린 중소 규모 파트너사의 재정 부담이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홍보했던 터라 이번 하도급대금 지연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대부분의 기업은 하도급대금 지급기간을 지켰다. 15일 내에 지급한 대금의 비율은 평균 70.05%, 30일 내 지급한 대금의 비율이 평균 87.64%로 법정 지급기간(60일)에 비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집단별로는 MDM(97.45%), LG(92.81%), 대우조선해양(90.61%) 순으로 15일 내 지급비율이 높았다. 크래프톤(100.00%), DN(99.95%), MDM(99.90%), OK금융그룹(99.54%), BGF(99.26%) 순으로 30일 내 지급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공시대상 원사업자의 현금결제비율은 평균 85.67%로 나타났다. 같은해 상반기 84.02% 대비 1.65%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현금성결제비율은 평균 97.19%에서 98.54%로 1.35%포인트 상승했다. 현금결제비율이 낮은 집단은 DN(7.26%), 하이트진로(25.86%), LS(35.61%) 순이었다. 현금성결제비율은 KG(50.44%), IS지주(72.93%), 셀트리온(74.04%) 순으로 낮았다.
공정위는 공시기간을 도과해 지연공시한 한화로보틱스(한화), 에이치디씨영창(에이치디씨) 등 18개 사업자에 대해 25만~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번 점검에서 지연공시한 사업자의 최대 지연기간은 83일이었다. 또 하도급 거래가 있었음에도 이를 공시하지 않은 아이디퀀티크(에스케이)엔 과태료 400만원을 물렸다. ‘하도급대금의 결제조건 등에 관한 공시의무 위반사건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에 따라 최초 위반인 경우 과태료를 20% 감경하고, 지연공시는 지연 일수에 따라 각각 20~75% 감경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하도급대금 관련 분쟁 해결을 위한 분쟁 조정기구를 설치한 원사업자는 전체 사업자 중 8%(108개)에 그쳤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의 하도급대금 결제조건 공시의무는 2022년 하도급법 개정으로 처음 생겼다. 공시 대상 원사업자는 매 반기별로 지급 수단별 지급 금액과 지급 기간별 지급 금액, 분쟁 조정기구 관련 사항 등을 공시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도급대금 공시제도가 신속히 안착돼 시장에 정확한 공시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미공시‧지연공시‧허위공시 등 공시의무 이행 여부에 대해서 지속적인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