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재입성으로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격랑에 휘말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관세 확대 정책을 펼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7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인터뷰한 경제 전문가 3명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정책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미국과 중국에 수출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트럼프 당선으로 보조금을 주던 기존 정책에서 관세를 높이는 정책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이 큰 데, 이 흑자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면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도 악화되는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 수출을 늘려 무역수지가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그동안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도 확대하면서 내수 경기를 부양했는데, 트럼프 당선으로 세금을 감면해 준다든지 이러한 재정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도 미국 영향으로 고환율이 유지되면 수입 물가도 같이 높아져서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나타나는 내수 침체 문제는 결국 재정 정책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시적으로 재정을 풀어서라도 내수를 진작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출 감소로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내수 침체까지 겹치면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내수를 조금 부양할 필요가 있다”며 “내수가 부양되면 세수가 늘어 재정 적자도 줄일 수 있는 요인이 되니 일시적으로는 재정을 푸는 방법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및 규제 완화 정책이 미국 기업 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처럼 2기 행정부도 이러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며 “소득세를 없애고 부족한 재원은 관세로 채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교수는 “대(對)중국 견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무역 규모 줄어드는 등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국내 기업은 혁신 등을 통해 이러한 위기에 대응해 자체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없애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시장 경제 측면에서 볼 때 보조금을 지급해 시장을 키우는 건 경쟁 구도를 왜곡하는 것”이라면서 “보조금 축소 등을 공포스럽게 여기지 말고 정책적으로 글로벌 스탠다드로 회귀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기존의 정책 환경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은 높아졌지만, 내각을 구성하고 실제 정책까지 시행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금 당장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특히 법인세 기존 21%에서 15%로 인하, 도드-프랭크 법안 완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법안 수정 등 의회 통과가 필요한 법안까지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책 환경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관세 부과, 대중국 압박, 글로벌 교역 위축 등은 한국 산업·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취임은 내년 1월 20일로, 내각 구성까지는 3~4개월이 소요되며 정책 시행이 빠르다고 하더라도 내년 하반기에나 정책 가시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완만한 미국 경기 둔화 속에 중국, 유럽 등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 안정을 근거로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 금리 인하 단행, 통화정책 정상화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1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 지속성에 대해 강조한다면 채권금리, 달러화 급등세는 진정되고 하향 안정세가 재개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