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한 국내 경기와 국제적 불확실성에 탄핵 정국이 덮치며 ‘삼중고’에 빠진 국내 재계가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 마련에 힘을 집중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LG가 이달 중으로 임원진들이 모여 회의를 갖는다. 통상적으로는 연말 인사 및 조직개편에 맞춰 내년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이번에는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제2기 행정부 출범에 최근 비상계엄 여파로 인한 경영 환경 변화가 맞물렸다.
삼성전자가 이달 중순 갖는 글로벌 전략 회의는 매년 두 차례 국내외 임원급이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목표와 전략 등을 나누는 자리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각각 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복합 위기 상황에 부닥친 회사의 근원적 경쟁력 회복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다음 주에 해외 권역 본부장회의를 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필두로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핵심 경영진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현재 국내외의 상황이 그룹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LG그룹도 통산 분기마다 여는 사장단 협의회를 조만간 구광모 그룹 회장 주재로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고, 롯데그룹 역시 내년 1월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가질 예정이다. 포스코, 한화, HD현대도 환율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철강, 조선, 석유화학 사업이 주력인 만큼 최근 급등한 환율 대응책 마련에 집중한다.
해외 수주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도 숨죽이며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국가신인도가 수주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의 시선에 변화가 생기지 않길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기업인 신세계그룹도 비상계엄 선포됐다가 해제된 지난 4일 오전 긴급 점검 회의를 진행했고, 이후에도 대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금 조달을 꾀하는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정부가 꺼내 든 무제한 유동성 공급 카드에 기존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