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9월 정기국회 처리를 목표로 자기주식(자사주) 의무 소각 관련 상법 개정안을 꺼내면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15일 자사주 의무 소각과 관련한 논쟁과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과제 등에 대해 짚어봤다.
지난 3일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는 자사주 의무 소각 내용을 담은 추가 대책을 내놨다. 이후 김남근 민주당 의원 등은 상장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내에 소각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사주는 회사의 주식을 취득해 스스로 주주가 되는 것을 뜻한다. 2011년 상법이 개정되면서 자사주의 처분·소각 의무를 삭제하면서 취득이 허용됐다. 흔히 자사주는 주가가 떨어질 때 주가 부양 목적으로 쓰이기도 하고 남는 현금으로 주주 환원 효과를 노리는 수단이 된다. 이런 이유로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할 때 목적란에 주주 가치 제고라고 기입한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감소해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지고 주주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이 이를 소각하지 않고 다시 매각하거나 제3자에게 넘길 때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이 보유하는 동안 의결권을 갖지 못하지만 시장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부활한다. 유통주식 수도 다시 늘어나면서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다. 특히 대주주·경영진의 우호 세력에게 자사주를 저가에 넘기는 경우 오너 일가는 회삿돈으로 경영권을 더 공고히 하는 문제도 생긴다.

해외에서는 자사주를 매입하면 대부분 소각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자사주에 대한 처분의 시기나 처분의 대상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면서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주주 중심 경영 문화 확산에 따라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의 월간 기업가치 제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금액은 2022년 6조5000억원에서 2023년 8조2000억원, 지난해 18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자사주 매입금액은 9조5000억원에 달한다. 자사주 소각액은 15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금액(13조9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개인 투자자들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에 환영하지만 재계에선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사주는 그간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간접 수단으로 활용됐기 때문에 법제화될 경우 기업의 경영권을 지나치게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 정책임에도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면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사주의 자의적 활용을 방지하고 소각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사주를 활용한 편법을 방지하는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