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기업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동일인(총수)이 자연인인 81개 대기업집단 3276개 계열사의 전체 매출(1947조1645억원) 가운데 내부거래 규모는 무려 730조3833억원으로 37.5%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 33.9%보다 3.6%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처럼 내부거래가 늘어난 것은 경영 효율화 측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
총수 일가가 지분 20%(상장사는 30%) 이상을 보유한 385개 계열사 중 무려 8곳이 매출의 100%를 내부거래로 채웠다. 해당 기업은 ▲오케이금융그룹 오케이데이터시스템 ▲사조그룹 사이렌·일우농원 ▲빗썸그룹 온가드 ▲에코프로그룹 데이지파트너스 ▲애경그룹 에이엘오 ▲한진그룹 청원냉장 ▲영원그룹 오픈플러스건축사무소 등 총 8곳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90% 이상인 계열사는 13곳, 80% 이상은 7곳으로 집계됐다.
특히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 중 대방건설그룹은 전년 42.5%에서 무려 65.9%로 23.4%포인트나 증가해 내부거래 비중 1위를 기록했다. SK그룹 역시 49.9%에서 55.3%로 상승하면서 글로벌 기업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수가 존재하는 기업일수록 이익 배분과 지배력 강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의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일부 대기업은 내부거래 비중을 낮췄다. 에코프로그룹은 전년 대비 13.0%포인트 감소한 41.8%를 기록해 내부거래 고리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현대자동차그룹도 1.4%포인트 감소한 37.9%로 집계돼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모빌리티 플랫폼, 수소차 분야의 외부 협력 강화를 통해 내부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 중이다.
내부거래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총수 일가 지분이 높은 계열사 간 거래가 반복되면서 사실상 사적 이익을 위한 경제 구조로 변질될 경우 법적 제재가 필요할 수도 있다.현재 공정거래법은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하고 있지만 실제 감시 및 제재는 미흡한 수준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국내 주요 대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이 다시 늘어났다”며 “내부거래를 줄이고 외부 수익 기반을 확대하려는 긍정적인 변화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그룹은 총수 일가 이익을 중심으로 한 밀실경영 구조를 고수하고 있어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