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안 논의 평행선…을지로위, 배달앱 규제 특별법 검토

서울 시내 식당가에서 배달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을(乙)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에서 주도하는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가 합의안 도출에 부침을 겪고 있다. 을지로위는 법률 규제를 통해 배달앱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부과하는 총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을지로위는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다음 달 9일 전에 ‘배달플랫폼 규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특별법에는 배달앱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부과하는 중개수수료와 결제수수료, 광고비 등 총수수료 상한제 도입이 담긴다. 배달앱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배달종사자에게 지급되는 배달비의 최저·최고 기준을 정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불리하게 일방적으로 약관을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도 명문화될 전망이다.

 

 을지로위가 이처럼 특별법 제정에 나선 것은 배달앱 플랫폼과 입점업체 단체 간 입장차가 대화로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을지로위는 지난 8월 22일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 첫 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왔다. 사회적 대화기구에는 업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공플협) 등 입점업체 단체가 참여한다.

 

 입점업체 단체는 배민과 쿠팡이츠에 ▲총수수료 상한제 도입 ▲배달비 분담 구조 개선 ▲배달 가능 거리 설정 기준 개선 ▲일방적 약관 변경 금지 등을 요구해왔다. 배달앱 플랫폼이 중개수수료 산정 근거로 삼고 있는 매출 구간 설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도 촉구하고 있다.

 

 입점업체들은 이 같은 요구 사항에 배민과 쿠팡이츠가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경쟁 관계에 있어 먼저 나서 개선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만 해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회의에서는 입점업체 단체 측이 배민과 쿠팡이츠가 상생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퇴장했고, 국정감사 등 일정으로 인해 매주 열리던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도 중단됐다.

 

 국회는 지난달 14일 진행된 국정감사에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의 수장을 증인으로 불러 배달 수수료 인상, 최혜 대우 강요 등 의혹에 대해 질타했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김명규 쿠팡이츠 대표는 이 자리에서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향후 사회적 대화에 적극 참여해 상생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진전된 상생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을지로위는 양대 배달 플랫폼이 입점업체 단체 측의 요구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내놓는다면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이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현재 배민과 쿠팡이츠는 입접업체에 최혜대우를 강요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을 상황에 놓였다. 두 플랫폼은 지난 4월 해당 혐의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는 조사·심의 대상인 사업자가 타당한 시정 방안을 제안하고 이를 공정위가 인정하면 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을지로위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동의의결 절차를 통해 공정위에 타당한 시정 방안을 제시하면 해당 방안을 상생안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을지로위 관계자는 “만약 배민과 쿠팡이츠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등 제재를 받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시정 방안을 내지 않는다면 법률 규제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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