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대 그룹 가운데 오너가가 존재하는 66개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오너일가 임원 233명의 경영 승진 흐름을 분석한 결과 임원 진입 후 회장 직위까지 도달하는 데 평균 17년 11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승진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9일 라이브인덱스에 따르면 오너일가는 평균 29.4세에 그룹에 입사해 5년 2개월 뒤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약 7년 10개월 만에 사장에 올랐으며 다시 7년 7개월이 지나 평균 50.6세에 회장 직위에 도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입사 후 즉시 임원으로 출발한 사례는 28명으로 이들은 이사·상무보·상무가 21명, 전무 4명, 부사장 2명, 사장 이상이 1명이었다.
세대별 승진 속도는 2세대가 임원에서 회장까지 평균 18년 5개월이 걸린 반면, 3세대는 17년 11개월, 4세대는 12년 7개월로 분석돼 세대 교체가 진행될수록 경영권 승계 과정이 단축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회장 승진 연령 역시 세대별로 낮아졌으며, 2세대 52.6세, 3세대 49.1세, 4세대 46세로 파악됐다.
개별 사례를 보면, 2세대 가운데 가장 빠른 승진을 보인 인물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으로, 43세에 입사해 2년 만인 45세에 회장에 취임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25세 입사 후 3년 10개월 만에 회장직에 올랐으며,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7년 7개월이 소요된 것으로 조사됐다.
3세대에서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5세 입사 후 10년 11개월 만에 회장에 선임되며 가장 짧은 승진 기간을 기록했다. 그 뒤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14년 11개월), 한진 조원태 회장(15년 11개월), CJ 이재현 회장(16년 9개월) 순이었다. 2023년 10월 회장으로 취임한 HD현대 정기선 회장은 27세 입사 후 17년 만에 회장에 올랐다.
5대 그룹의 경우 선대 회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조기 승계된 사례를 제외하면 대체로 20년 이상이 걸렸다. SK 최태원 회장과 LG 구광모 회장을 제외하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입사 후 31년 4개월,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27년, 롯데 신동빈 회장은 23년 2개월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