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가 임기 만료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확고히 하면서, 김 대표가 취임 당시 영입한 LG CNS 출신 임원들의 거취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시간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T는 6개월 간 경영 공백을 겪었다. 구현모 대표가 연임에 실패했고 이후 선출된 윤경림 후보도 하차했기 때문이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영향을 미쳤다.
진통 끝에 선임된 김영섭 대표는 정통 LG맨이다. 1984년 럭키금성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해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등 핵심 요직을 거친 재무통으로 여겨진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는 LG CNS 대표를 역임했다.
이를 두고 KT가 실용주의 원칙에 입각해 외부 인사를 중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KT 이사회는 김 대표가 수년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KT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적임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김 대표가 취임하면서 LG CNS 출신인 정우진 전략·사업컨설팅부문장 전무, 강성권 클라우드리드장 상무, 유서봉 AX사업본부장 상무, 우정한 TMO본부장 상무 등이 영입됐다. 하지만 김영섭 라인의 재기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 대표가 해킹 사태로 인해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국민연금을 압박해 KT 대표 인선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 구현모 전 대표가 연임에 도전했지만 국민연금은 후보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KT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의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선 내∙외부 인사 후보와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반면 김영섭 대표 선임 때는 과거 LG CNS 대표 시절 있었던 시스템 개발 실패 전력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며 이중 잣대 논란을 빚었다.
업계에서는 주인 없는 기업 KT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최근 KT 이사회는 내홍을 겪고 있다. 한 사외이사가 겸직 논란으로 물러났으며 또 다른 사외이사가 KT 내 인사 청탁 및 투자를 강요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CEO가 조직개편과 부문장급 인사 임명 시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규정을 승인했는데 CEO 고유의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다.
KT 사외이사는 현재 7명으로 구성됐으며 이 중 6명은 윤석열 정부 당시 선임됐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최양희 한림대 총장, 윤종수 전 기후환경환경부 차관,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등 3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KT는 오는 9일 이사회를 열어 차기 사외이사 후보군을 추릴 방침이다.
KT그룹 요직에 윤석열 정부 및 검찰 출신 인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청문회에서 관련 인사를 거론하며 “국민 혈세가 투입된 KT에 저렇게 많은 검사들이 하는 일이 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KT 내 검찰 인사로 김후곤 컴플라이언스 위원장, 임현규 경영지원부문 부사장, 이용복 법무실장 부사장, 추의정 감사실장 전무, 양진호 송무컨설팅그룹장 전무, 서정현 법무컨설팅그룹장 전무, 허태원 준법지원실장 상무, 김용현 사외이사, 최양희 사외이사, 문종수 사외이사를 거론했다.
계열사까지 확대하면 박순애 BC카드 사외이사, 오인서 케이뱅크 사외이사, 최영범 KT스카이라이프 대표, 김대희 스카이라이프 사외이사, 차인혁 KT알파 사외이사, 박두순 KT IS 사외이사, 윤정식 KT텔레캅 사외이사까지 포함된다.
이호계 KT새노조 홍보국장은 “김영섭 사장이 윤석열 정부 낙하산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계엄 이후로 마찰이 생기면서 이사회가 규정을 개정해 김 대표의 인사 개입을 막고 사외이사의 인사청탁 이슈가 언론에 보도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기를 채우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새 대표의 경영에 맞춰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