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에 빠진 KT] 정권 교체기마다 외풍에 흔들리는 KT

낙하산 임명·찍어내기 논란
CEO 선임 과정서 투명성 높여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모습. 뉴시스

 

 

 KT는 국가 기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이지만 현재는 엄연히 민간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경영자(CEO) 선임 및 퇴진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권 교체기 보은 인사 비판에서부터 사정기관을 동원한 찍어내기 논란까지 매번 잡음이 나온다. 민영화된 지 어언 24년이나 흘렀지만 ‘주인 없는 회사’의 취약한 지배구조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주요 KT CEO 선임 및 교체 과정에서의 논란을 짚어봤다.

 

 우선 2009년부터 약 4년 간 KT를 이끌었던 이석채 전 회장은 낙하산 인사의 상징으로 꼽혔다. 이명박 정부가 당시 KT 정관상 ‘최근 2년 이내 경영 종사자’라는 자격 요건까지 고쳐가며 이 전 회장을 KT 회장으로 내정했기 떄문이다. 이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임기 중 친인척 채용 비리와 배임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으며 궁지에 몰리자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당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을 KT 정규직으로 부정 채용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22년 이 전 회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해 유죄로 판단했다. 이 전 회장은 KT와 KTF 간 합병을 통해 현 KT의 기틀을 다지고 아이폰 도입에 따른 스마트폰 혁명을 주도했다는 평가도 받지만 장기화한 사법리스크로 사회적 비용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뒤를 이은 황창규 전 회장은 2014년 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6년 넘게 재직했다. 삼성전자 출신인 황 전 회장은 이른바 ‘황의 법칙’을 주창한 대표적 기술 전문가였지만 임기 내내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임기 중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며 홍역을 앓았다. 청와대의 압박으로 차은택 씨의 지인을 전무로 채용하고 특정 광고대행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KT 첫 내부 인사 출신인 구현모 전 사장은 정권의 의중에 따라 대표직에서 내려온 대표적인 사례다. 문재인 정부 말기 내부 승진으로 선임된 구 전 사장은 2020년부터 3년 간 KT를 이끌었지만 당초 연임에 도전했다가 2023년 2월 연임 포기 의사를 표명했다. 윤석열 정부 때 일이었다. 당시 이사회가 수 차례 CEO 선임 결정을 뒤집거나 대표이사 후보 및 사외이사까지 줄줄이 사퇴하는 경영공백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구 전 사장은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 국민연금의 반대와 검찰 수사 압박으로 연임을 포기했다는 평가가 많다. 구 전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제가 연임에 도전했던 것은 정관에 따라 이뤄졌다. 하지만 그 무렵 대통령실이 화를 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정권교체기마다 KT에서 거듭되는 논란을 잠재우려면 CEO 선임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여 정치권의 외풍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CEO 임명 과정에서의 정치권 개입 의혹이 밝혀져야 한다”면서 “소유분산기업의 취약점을 악용한 불법적이고 불투명한 인사 개입의혹은 KT의 독립성과 경영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킨다”고 지적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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