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를 발판으로 반도체 초호황 국면에 올라서며, 한국 증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0.96% 오른 16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전 거래일 대비 1.13% 오른 16만9400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주가 상승에 힘입어 시가총액은 1002조원을 넘어섰고, 이는 국내 상장사 가운데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사례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0월 27일 종가 기준 10만2000원을 기록하며 ‘10만원 시대’를 연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전날에는 16만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날 장중 16만9000원대까지 오르며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주가가 60% 이상 급등한 셈이다.
이 같은 주가 급등의 배경에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증설과 AI 연산 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가 급증하면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메모리 가격 역시 빠르게 반등하며 업황 개선 기대를 키웠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 역량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이러한 환경 변화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그동안 경쟁력 약점으로 지적됐던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세대 제품인 HBM4 개발 경쟁에서 성과를 내면서 향후 AI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반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하는 등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익이 13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반도체 업황 회복 국면이 본격화되면 실적 개선 폭이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낸드(NAND) 경쟁력이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목표가를 기존 20만원에서 21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도 “올해와 내년 범용에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에 힘입어 막대한 이익 창출이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23만원으로 올렸다. 손 연구원은 “3개년 주주환원 정책에 근거해 올해 기대되는 주주환원 규모 역시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며 “업황 강세 및 종합적인 경쟁력 회복, 주주환원 확대 여력 등으로 주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