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압력이 거세지면서 자동차 산업의 충격이 완성차보다 부품에서 더욱 깊게 표면화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이 5년 만에 감소한 데 이어 수익성도 꺾였다. 8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를 제외한 100대 상장 자동차부품사(1차 협력사 80곳, 2차 협력사 20곳)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2조81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부품산업의 미국 의존도는 구조적으로 높다. 한국 자동차부품의 대미 수출 비중은 2020년 29.5%에서 2024년 36.5%로 상승했다. 미국 자동차부품 수입 시장에서 한국 비중은 6.4%, 금액은 135억달러 수준으로 집계된다. 같은 통계에서 2024년 기준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82억2200만달러, 전체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225억4700만달러로 나타났다.
리스크의 핵심은 관세의 범위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미국 관세 조치 대상 자동차부품이 미국무역대표부의 HTS(국제상품분류체계) 10단위 기준 332개 품목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관세 적용 품목이 넓을수록 특정 부품에 국한된 변수가 아니라 공급망 전반의 비용 구조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정책 측면에서는 자동차·부품 25%가 관세 충격의 기준선으로 거론된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수입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세부 품목을 지정해 관세를 적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관세율 자체보다 이 비용이 납품단가 재협상과 발주 재배치 과정에서 기업으로 전가되면서 실질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부품은 완성차보다 협상력이 약해 충격이 먼저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관세로 수입단가가 오르면 완성차 업체는 납품단가 인하와 물량 조정을 동시에 요구할 수 있고 부품사는 매출을 어느 정도 방어하더라도 이익이 줄어드는 마진 압박에 직면한다.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이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상장 부품사들의 영업이익까지 줄어든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단기적으로 품목별 영향 점검과 수출선 다변화를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조달 확대 등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소·중견 부품사의 경우 현지화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관세 이슈가 단순한 비용 부담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체력을 시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는 일시적 비용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을 다시 짜게 만드는 구조적 변수”라며 “특히 부품업계가 버틸 수 있도록 금융·세제·투자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