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설 연휴 후 HBM4 최초 양산 눈앞

"퀄테스트 완료단계 진입"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 사기가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그간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삼성전자가 HBM4를 설 연휴 이후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다. 차세대 제품인 HBM4를 통해 세계 메모리 업계 1위로서 명예회복에 나선다는 각오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공급할 HBM4의 양산 출하 시기를 이번 설 연휴 이후, 이르면 이달 셋째 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의 품질 테스트를 일찌감치 통과해 구매주문(PO)을 받았고 HBM4가 적용되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인 ‘베라 루빈’ 출시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일정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4는 주요 고객사들의 요구 성능이 높아졌음에도 재설계 없이 지난해 샘플을 공급한 이후 순조롭게 고객 평가 진행 중”이라며 “현재 퀄테스트 완료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객사 완제품 모듈 테스트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HBM4 샘플 물량도 이번 PO에서 대폭 확대된 것으로 관측된다. 엔비디아는 내달 자사 기술 콘퍼런스 ‘GTC 2026’에서 삼성전자 HBM4를 적용한 베라 루빈을 처음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HBM4가 양산 출하되는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HBM4는 성능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HBM4 개발 착수 때부터 국제반도체 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을 능가하는 최고 성능을 목표로 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동시에 적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업계 유일의 공정 조합을 채택한 삼성전자 HBM4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JEDEC 표준인 8Gbps를 넘어 최대 11.7Gbps(초당 기가비트)에 달한다. 이는 JEDEC 표준을 37%, 이전 세대 HBM3E(9.6Gbps)를 22% 웃도는 수준이다.

 

 또한 삼성전자 HBM4는 단일 스택(묶음) 기준 메모리 대역 폭이 전작 대비 2.4배 향상된 최대 3TB/s 수준에 달하고 12단 적층 기술로 최대 36GB의 용량을 제공한다. 향후 16단 적층 기술을 적용하면 최대 48GB까지 용량 확장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산 성능을 극대화하면서도 저전력 설계로 서버 및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와 냉각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전망에 대해 “올해 삼성전자의 HBM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대폭 개선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HBM3E에 대한 수요 대응력을 높여나가는 한편, HBM4· HBM4E를 위한 1c 나노 캐파 확보에 대한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HBM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해 평택캠퍼스 4공장에 신규 라인을 설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HBM4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지위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HBM2E 시절부터 고객사들 및 인프라 파트너들과 원팀으로 협업하며 HBM 시장을 개척해온 선두주자”라면서 “단순히 기술이 앞서는 수준을 넘어, 그동안 저희가 쌓아온 양산 경험과 품질에 대한 고객의 신뢰는 단기간에 추월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자평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HBM4 샘플을 공급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 업계 최초 양산 체계까지 구축했다. 주요 시장조사업체의 분석을 종합하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60% 중반대에 이른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4일 내놓은 ‘HBM 산업분석’ 보고서에서 HBM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거라고 예상했다. 이 업체는 “SK하이닉스가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삼성전자는 HBM3E와 HBM4의 기여를 통해 상당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HBM3E가 시장을 주도하고 HBM4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칩 업그레이드 지연과 재고 누적으로 인해 전반적인 성장세는 둔화돼 수급 균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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