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다주택자와 힘겨루기, 매물 나오고 집값 안정되나?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SNS를 통해 다주택자를 향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다주택자는 일찍 파는 게 유리하다”라는 발언을 반복하며, 5월 9일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각을 사실상 권유하고 있다. 단기 처방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유예는 끝난다’는 분명한 신호를 시장에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그렇다면 실제 시장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 증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 통계에 따르면 2월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8,564건으로, 한달 전보다 21.6% 늘었다.

 

 향후 차익 기대가 크지 않거나 이미 은퇴한 고령 다주택자, 비거주 목적의 주택을 보유한 이들을 중심으로 일부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강경 메시지와 세제 변화 가능성을 의식한 ‘선제적 매도’ 움직임이다.

 

 다만 이를 집값 안정으로 직결시키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강남 3구나 한강 벨트 등 이른바 대기수요가 높은 지역에서는 체감할 만큼의 매물 증가는 현실화 됐지만 거래는 제한적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과 경기 12개 지역은 실거주 목적의 매수만 허용돼, 전세를 끼고 보유 중인 다주택자들이 5월 9일까지 매각을 마치기에는 현실적으로 일정이 빠듯하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구조적 제약이 여전한 셈이다.

 

 정부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의식해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2월 12일 정부는 5월 9일까지 계약하고 이후 4~6개월 기한 내 잔금과 등기를 마치면 중과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25년 10·15 대책 이전 조정대상지역은 4개월, 이후 신규 지정 지역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는 방식이다. 매물 출회를 유도하되, 팔 수 있는 퇴로를 일부 열어준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전세 낀 다주택자 매물은 5월 9일까지 계약 기한이 촉박한 반면 관련 규제가 복잡해 매도·매수자 모두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향후 보유세 강화 가능성 역시 시장의 관심사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면 필요할 경우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와 세제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여지도 있어 보인다. 봄 이사 철 집값 불안이나 전세가 상승세가 가파를 경우, 6월 지방선거 이후 7월 정기 세제개편 과정에서 보유세 조정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큰 틀 아래, 규제지역·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이나 세 부담 상한 조정 같은 세부 카드가 거론된다. 동시에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보유 항목을 손질해 고가주택 매물 잠김을 완화하려는 시도도 가능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정책 메시지 못지않게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실제 주택 처분 여부가 시장에 강한 신호를 줬다. 이번에도 청와대 참모진이 예외는 아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참모진 일부가 다주택 또는 거주·소유 분리 상태로, 향후 증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시장에 ‘본보기’를 보일 수 있느냐가 정책 신뢰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집값이 안정될 수 있을까. 과거와 다른 점은 분명 있다. 과거 팬데믹 저금리 시기와 달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높은 수준이고, 집값 불안도 전국이 아닌 수도권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 향후 공급대책과 수요억제책이 균형을 이룬다면 집값 상승세 둔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집값 안정은 단기적인 매물 증가만으로 달성되기 어렵다. 구조적 주택 공급 부족, 중첩된 거래 규제, 전·월세 시장 불안까지 함께 풀어내는 정부 종합 처방이 필요하다. 2026년이 그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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