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용인 수지의 제네시스 전시장 앞에서 GV60 마그마를 마주한 순간 이 차가 내건 ‘고성능’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기본 GV60의 유려한 실루엣 위에 더 두툼해진 볼륨과 공격적인 디테일이 겹쳐져, 멀리서도 “평범한 주행을 하는 차량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제네시스가 마그마(Magma)를 ‘럭셔리 고성능’ 라인업으로 내세우며, 전용 서스펜션과 최적화된 기어비(가상 변속 구현), 고성능 브레이크 등으로 주행 성능을 끌어올렸다고 밝힌 배경이 디자인과 분위기에서 먼저 읽힌다.
출발지는 수지, 목적지는 경기 화성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 KATRI는 충돌 안전부터 자율주행·각종 성능 평가까지 실제에 가까운 시험을 수행하는 시설로 알려져 있고, 자동차를 ‘느낌’이 아니라 ‘정확한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다.
수지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구간은 도심과 간선도로의 반복, 속도를 크게 내기 어려운 흐름, 그리고 간헐적으로 열리는 추월 기회가 번갈아 온다. GV60 마그마는 가속 페달을 살짝 건드리는 정도로도 차는 충분히 민첩하게 반응하지만, 그 반응이 불쾌하게 튀거나 신경질적으로 날 서 있진 않았다. “고속 안정성과 민첩한 핸들링, 일상적 편안함을 함께 추구한다”는 제네시스의 설명이, 출발 직후의 일상 주행 감각에서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브레이크 성능은 현대차그룹 고성능차 중에서도 압권이라는 체감이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본격 테스트에 앞서 마음을 다잡게 한 건 마그마의 성능 포지션이다. 공개된 자료들에 따르면 GV60 마그마는 듀얼 모터 기반 고성능 세팅을 바탕으로 강한 출력을 내세운다(합산 최고출력 609마력), 부스트 시 약 15초간 출력 상승 등).
시험로에서 가속을 시작하면 전기차 특유의 ‘즉시 토크’가 먼저 몸을 밀어붙인다. 0에서 100까지는 전기 고성능차들이 대체로 그렇듯 빠르고 매끈하다. 그런데 100을 넘어 150, 180으로 올라가며 공기저항과 구동계 부담이 커지는 영역에서도 차가 속도를 더는 못 올리겠다며 숨이 차는 느낌이 적었다. 오히려 끝까지 밀어붙이는 결이 일정했다. 이 구간에서 마그마가 지향하는 ‘고속 안정성’이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는 걸 확인한다.
결정적 장면은 브레이크 테스트에서 나왔다. 고속에서의 제동은 단순히 “잘 선다”로 끝나지 않는다. 페달을 밟는 첫 순간의 응답, 제동력이 차오르는 속도, 차체 자세가 무너지는지 여부, 연속 제동에서의 일관성까지 운전자가 느끼는 정보가 한 번에 쏟아진다. GV60 마그마는 페달 첫 입력이 명확했고, 제동력이 원하던 지점에 정확히 도달했다. 더 인상적인 건 차체가 제동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서도 속도가 깔끔하게 정리된다는 점이었다. ‘강한 브레이크’가 아니라 ‘잘 조율된 브레이크’에 가깝다.
현대차그룹 고성능차를 꽤 타본 사람이라면, 어떤 모델은 제동력이 강해도 페달 감각이 과민하거나, 반대로 감각은 좋은데 연속 제동에서 조금씩 변하는 경우를 경험했을 것이다. 마그마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다. 제네시스가 마그마의 핵심 요소로 “고용량(고성능) 브레이크”를 강조하는 이유가, 단순한 마케팅 문장이 아니라 실제 주행에서 운전자의 신뢰로 환산되는 지점이었다.
가속과 제동을 반복할수록, 이 차의 성격은 더 분명해진다. GV60 마그마는 ‘가속만 센 전기차’가 아니라, 고속 영역에서 차체와 브레이크, 구동 제어가 함께 완성되는 고성능을 노린다. 그래서 제로200 수치가 사람을 자극하는 구호라면, 브레이크는 그 수치를 ‘현실에서 안전하게 다룰 수 있게 만드는 장치’다.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빠른 속도를 원하는 지점에서 정확히 접는 능력이 더 강렬하게 남았다.
수지 전시장으로 돌아오는 길, 차는 다시 일상 모드로 돌아온다. 시험장에서의 긴장감이 빠지고 도심 흐름 속에서 부드럽게 굴러간다. 그 온도 차가 오히려 마그마의 방향성을 말해준다. ‘서킷 전용’이 아니라 일상에서 타다가 필요할 때는 확실히 ‘뜨거워지는’ 럭셔리 고성능. 제네시스가 마그마를 통해 보여주려는 그림은, 결국 “빠른 차”가 아니라 “빠름을 제어할 줄 아는 차”에 가까웠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