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를 중심으로 자영업 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쳤다. 상가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점점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그러면서도 상가 구조조정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의 ‘2025년 4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상가(통합) 임대가격지수는 전분기 대비 0.05% 하락했고(소규모 -0.15% 등), 연간으로도 0.52% 내렸다. 하지만 공실률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4분기 전국 평균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 13.8%, 집합상가 10.4%로 집계됐다. 임대료는 ㎡당 집합 2만6900원, 중대형 2만6600원, 소규모 2만600원 수준이다.
무엇보다 양극화가 심각하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핵심 상권은 유동인구 회복과 업종 재편으로 임대료가 유지되거나 오르지만 지방을 비롯한 대다수 지역은 소비 위축과 인구 유출이 맞물리며 공실이 늘고 임대료가 내려가고 있다. 실제 부산의 2025년 4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5.4%로 전년 대비 1.2% 포인트 상승했다. 임대료는 하락했지만(㎡당 3만100원, -0.21%) 공실률은 더 커졌다.
자영업 퇴출 속도도 빨라졌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기준 2024년 폐업 신고 사업자 수는 100만8282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1995년) 이래 처음 100만명을 넘었다. 특히 자영업자 수는 장기 하락 추세다. 자영업자 수는 2007년 612만명에서 2024년 570만명 안팎으로 줄어들었고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1991년 39.2%에서 2024년에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20% 선 아래로 떨어졌다. 자영업 특성상 매출이 줄어도 임대료·관리비·이자비용은 그대로여서 폐업→공실→임대인 손실이라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상가를 보유한 건물주 역시 달라진 환경에서 손해만 커지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2.50%로 유지해 금리 부담은 여전한 상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은 10년까지 확대됐고 갱신 시 차임 증액 청구는 법정 한도(통상 연 5% 이내) 틀 안에서 이뤄진다. 월세를 많이 올릴 수 없는 셈이다. 여기에 계약 만료 시 보증금, 관리비, 권리금 등 비가격 변수로 갈등마저 겪곤 한다.
결국 비어있는 상가를 구조조정 하고 상가 보유인들의 금융 리스크 관리가 관건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실을 방치한 채 월세만 방어하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건물 가치(자본수익률)를 훼손할 수 있다”며 “정부·지자체는 임대료 직접 지원 사업과 정책자금으로 연착륙을 돕는 한편 상권별 공실·임대료를 더 촘촘히 공개해 정책을 정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