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올 정기 주주총회서 일제히 AI 강조

성장 위한 미래 먹거리로 AI 낙점
반도체·가전 등 AI 통한 성장 구체화

지난 18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국내 4대 그룹이 일제히 인공지능(AI)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점하고 나섰다. 산업계 안팎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AI를 내세워 향후 성장전략을 강조하려는 취지인데 주가 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고 정책 수혜를 노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은 최근 주총에서 정관 개정 또는 최고경영자(CEO)의 발언 등을 통해 AI 중심의 사업 재편과 역량 강화 등을 주요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정기 주총에서 향후 지속적인 투자로 AI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333조6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면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AI 수요 대응을 위해 시설투자와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비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AI 반도체 주도권 확보에 역대 최대 규모인 11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12일 세계 최초로 업계 최고 성능의 HBM4를 양산 출하하며 HBM 시장에서의 반격을 알린 바 있다. 지난 17일엔 ‘GTC 2026’에서 세계 최초로 HBM4E 실물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테슬라 등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기 시작한 삼성 파운드리도 흑자 전환 기대감을 높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정기 주총을 개최하고 “기술 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AI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재무건전성 강화 차원에선 순현금을 100조원 이상 확보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미흡한 주주환원에 대한 지적에 대해선 “반도체 업종은 재무건전성 확보가 우선으로 고려되는 사업이고 투자도 수익에 못지않게 들어간다”며 주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6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AI를 기반으로 한 기술기업 전환을 가속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차는 단순한 차량 제조사가 아닌 차량, 로보틱스, 자율주행, AI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한 첨단 모빌리티 기업으로 재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단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AI 기반 미래 모빌리티 기술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지난 23일 개최한 정기 주총에서 로봇 및 홈로봇을 미래전략사업으로 점찍었다. 류재철 LG전자 CEO는 “AI의 확대로 촉발되는 수많은 사업 기회 중에서 그간 LG전자가 축적해 온 독보적 사업 역량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고 규모 있는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영역에 집중해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역설했다. 한 예로 이 회사는 AI홈 분야에선 가전 경쟁력과 방대한 고객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외부 기기와 서비스를 포함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고, 가정 내 공간에 맞춘 서비스를 결합한 공간 솔루션 사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LG 클로이드가 세탁 완료된 수건을 개켜 정리하고 있다. LG전자는 홈로봇 등을 미래전략사업으로 점찍었다. LG전자 제공

 

 LG유플러스는 지난 24일 열린 주총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데이터센터 설계, 운영, 구축 관련 운용업 및 이 사업과 관련되는 일체의 용역 및 공사업’을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데이터센터 DBO(설계·구축·운영)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회사는 경기 파주시에 신규 AIDC 구축을 추진해 클라우드 및 AI 연산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등 AI 시대에 최적화된 디지털 인프라 기업으로의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주총에서 “고부가가치 중심의 B2B AX 사업을 확장해 수익 구조를 혁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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