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만 3세(36개월) 미만을 상대로 한 학원의 지식주입형 교습행위가 일절 금지된다. 만 3세 이상에게는 하루 3시간을 초과해 지식주입형 교습을 하면 안 된다.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아동 발달권 보호를 위한 영유아 사교육 대응 방안’을 1일 발표했다. 이른바 ‘4세·7세 고시’로 불리는 영유아 사교육 광풍을 막기 위해 교육 당국이 칼을 빼든 것.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이 주된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법론은 학원법(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이다. 아예 법을 바꿔 영유아 학원의 ‘유해교습행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민규 교육부 영유아정책국장은 “이번 대책은 영유아 학원의 잘못된 교습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아주 강력한 대책”이라며 “특히 만 3세 미만에는 선행학습을 시키지 말라는 의미다. 영어유치원의 경우 종일반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서둘러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 입법이든 의원 입법 형태든 올해 안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다. 교육 관련 법안의 시행 시점이 통상 공포 후 6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정안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이미 영유아 학원의 모집·수준별 배정 목적의 레벨 테스트를 금지하는 내용의 학원법 개정은 이뤄진 상태다. 이달 초 법안이 공포되면 10월쯤 시행된다.
교육부가 불법으로 못 박으려 하는 영유아 학원의 유해교습행위는 비교·서열화, 3세 미만 대상 인지교습, 3세 이상∼취학 전 대상 장시간(1일 3시간 초과·1주 15시간 초과) 인지교습이다.
비교·서열화란 말 그대로 학원생들의 학업 성취력을 서로 비교해서 소위 등수를 매기는 행위다. 가령 영어유치원에서 원생들에게 단어 시험을 보게 하고 그 결과를 원생 본인이나 학부모에게 통보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인지교습이란 교과목 위주(문자·언어·수리)의 지식을 습득시키기 위한 주입식 교습 행위를 의미한다. 다만 인지교습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교구·교재의 성격, 공간 형태, 교수법의 주도성 등 제각각일 수 있는 만큼 교육부는 실질적 판정 지표를 담은 지침서나 사례집을 배포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영어 인지교습의 예시로 ‘A는 Apple이라고 칠판에 적고 아이들에게 10번씩 따라 읽게 하거나 알파벳 쓰기와 같은 워크북을 매일 일정량 채우게 하는 경우’를 들었다. 수학 인지교습 예시로는 ‘숫자 카드를 보여주며 1부터 100까지 순서대로 외우게 하고, 틀리면 다시 반복시키는 경우’를 꼽았다. 이런 교습활동은 모두 유해교습행위로 분류, 법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인지교습 행위 금지는 학습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과도한 주입식 교육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영유아 학원의 과대·허위광고를 금지하는 내용도 학원법 개정안에 담을 계획이다. 학습자 모집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수강·교습 관련 상담과 설명 과정에서의 허위·과장된 정보 제공 행위도 법적으로 제재해 학부모 불안 심리 조장을 막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과징금을 최대치로 부과(매출액의 50%)하는 방안을 신설하고, 기존의 과태료도 1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특히 불법행위 상시 감시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신고포상금을 최대 200만원까지 올릴 계획이다. 이른바 학파라치를 양산해 불법 사교육 신고센터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영유아 사교육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에도 나설 생각이다. 대표적으로 유아교육학회·뇌신경학회·소아학회 등 전문가 집단과 협력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인식개선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올해부터 ‘유아 사교육비 본조사’를 매년 실시한다. 조사 결과를 기존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와 연계해 심층 분석한 뒤 데이터에 기반한 영유아 사교육 맞춤형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이번 방안을 토대로 영유아의 발달권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겠다”며 “영유아기는 평생의 성장과 발달의 기초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이 소중한 시간이 건강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 있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