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분기 연속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잠정)을 시현했다고 7일 공시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755% 증가한 수준으로, 전 분기에 기록한 사상 최대 실적(20조737억원)보다도 약 2.4배나 많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국내 상장사 중 최초로 분기 기준 영업익 20조원을 넘겼는데, 불과 한 분기 만에 이 기록을 50조원 후반대로 대폭 끌어올렸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매출은 133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1% 증가했다. 이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관련 기사 4면>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주요 증권사의 평균 컨센서스는 40조원 초중반대였는데, 삼성전자의 영업익은 이보다도 15조원가량 많았다. 그나마 53조9000억원의 영업익을 예상한 메리츠증권이 전망치가 실제 실적과 가장 근접했다.
메모리 반도체가 역대 최고급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이 경쟁력을 회복한 점이 호실적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날 실적은 잠정치라 사업부별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특히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가 전체 영업익의 90%가량을 책임지며 역대급 실적을 이끈 것으로 분석한다.
최근 메모리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1분기 중 D램과 낸드 판매가가 80~90%가량 상승했을 거란 분석이 많다. 특히 메모리 공급병목 장기화 전망 속에서 미국 빅테크는 대규모 선수금 지급 조건까지 제시하며 메모리 공급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메모리 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급격히 확대되며,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이익 증가로 직결되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3일 보고서에서 "메모리 시장에서의 우월한 가격 협상력이 CSP 및 OEM 대상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기존 예상대로 모바일·PC 등 B2C 판가 인상 저항은 오히려 부품 조달 경쟁 속 쉽사리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HBM 등 제품 경쟁력을 회복한 점도 실적에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HBM3E를 글로벌 빅테크에 공급한 데 이어 지난 3월엔 HBM4를 세계 최초 양산 출하하며 HBM 시장에서의 반격을 알렸다. 삼성전자 HBM4는 JEDEC 업계 표준인 8Gbps를 약 46% 상회하는 11.7Gbps의 동작 속도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이는 전작 HBM3E의 최대 핀 속도인 9.6Gbps 대비 약 1.22배 향상된 수치로, 최대 13Gbps까지 구현이 가능해 AI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심화되는 데이터 병목을 효과적으로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KB증권은 “엔비디아향 프리미엄 HBM4 출하 본격화가 실적 개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상상인증권은 “2분기 비수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HBM4 물량 확대와 SoCAMM 등 신규 애플리케이션 매출 본격화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모바일 사업 역시 예상 대비 호실적을 냈을 거란 분석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5950만대 수준의 스마트폰 출하는 비용 효율화와 기 보유 부품의 원가 효과가 더해져 4조원의 강력한 영업익을 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수출 대금을 주로 달러로 받는 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원화 환 이익 증가도 실적 확대에 일부 기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