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미사일 대신 ‘미친 가성비’ K-천궁… 중동 방산시장 재편되나

-월스트리트저널 “걸프국 ‘탈미’ 움직임, 한국 등으로 다변화”

공군 제1미사일방어여단 8120부대 작전요원들이 천궁-Ⅱ 발사대로 출동하고 있다. 공군 제공
공군 제1미사일방어여단 8120부대 작전요원들이 천궁-Ⅱ 발사대로 출동하고 있다. 공군 제공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 따른 중동 사태에서 존재감을 선보인 K-방위 산업이 걸프 국가들의 주요 옵션으로 뜨고 있다. 미국 매체도 해당 국가들이 미국 중심의 무기 조달 구조에서 벗어나 한국, 우크라이나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3일 기사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의 대표적 방산기업인 한화와 LIG넥스원에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M-SAM) ‘천궁-Ⅱ’의 인도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 2022년 천궁-Ⅱ 수입·배치해 이번 전쟁에서 효과를 본 아랍에미리트(UAE)도 한국 업체들에 추가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와 UAE가 애타게 기다리는 천궁-Ⅱ은 8개 발사관을 탑재한 발사대 차량 4대와 다기능 레이더, 교전통제시스팀(ECS) 등으로 구성됐다. 미사일과 통합 체계는 LIG넥스원,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생산하고 있다.

 

 이번 전쟁 중 이란이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으로 UAE를 공습했을 때 천궁-Ⅱ 2개 포대에서 발사된 60여 발 중 96%가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 첫 실전 투입에서 큰 성과를 거두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동시에 한국산 유도 무기가 실전에서 적 미사일을 격추한 최초 사례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아울러 천궁-Ⅱ는 미국산 패트리엇과 비교해 포대 가격은 3분의 1, 미사일 단품 가격은 10분의 1 수준의 가성비 대공 무기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샤헤드 같은 저가 드론을 활용한 대규모 공격이 확산한 가운데, 기존 미국산 패트리엇으로 대표되는 고가 요격체계 중심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맞물려 천궁-Ⅱ의 인기가 더 오르는 상황이다.

 

 게다가 전쟁이 6주 넘게 이어지면서 방공 탄약 재고가 소진된 걸프 국가들이 즉시 전력 보강이 가능한 대체 무기 확보에 나서며 K-방산이 주요 옵션 중 하나로 부상한 것이다.

 

 이날 WSJ 보도에 앞서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도 지난달 “이란 전쟁으로 값이 싼 패트리엇 경쟁 제품을 제시한 한국 방산 기업이 주목 받고 있다”고 조명한 바 있다.

 

사우디, UAE, 카타르 등이 미국산 미사일이 아닌 한국 등 다른 나라의 미사일을 선택하고 있음을 알리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 갈무리.
사우디, UAE, 카타르 등이 미국산 미사일이 아닌 한국 등 다른 나라의 미사일을 선택하고 있음을 알리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 갈무리.

 

 사우디, 카타르 UAE 등 국가들은 한국의 방공 시스템 외에도 우크라이나산 요격 드론, 미국의 전통적인 개틀링 기관포, 영국 스타트업의 저가 미사일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자 미국 무기의 주요 고객이었던 국가들이 대체 미사일 방어체계를 찾기 위해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는 우크라이나와 무기 생산 및 경험 공유를 위한 국방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카타르도 우크라이나와 협력 협정을 맺고, 당국자들이 현지 요격 드론 훈련장을 방문하고 업체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UAE 역시 우크라이나와 협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자국 내 수요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상태에서, 실제 수출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WSJ은 “미국 방산업계가 생산 능력을 충분히 확대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잠재적 수주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는데,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K-방산이 공략할 수 있는 ‘빈틈’인 셈이다.

 

 국방과학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23개국에 60조원 규모의 무기 체계를 수출했다. 또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세계 무기 이전 동향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세계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은 3%로 세계 9위에 이름 올렸다.

 

 한 방산 전문가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점유율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며 “루마니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서도 방공망 강화를 위한 요격 체계 후보로 천궁-Ⅱ가 제시된 걸로 안다”고 전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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