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총파업 위기] 반도체 공급망 훼손 가능성 ‘촉각’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회의를 마친 뒤 최종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회의를 마친 뒤 최종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삼성전자에서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수십조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관측이 나온다. 단순 고객사 출하지연뿐만 아니라 신뢰 자산 상실에 따른 경쟁사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1차 영향권은 반도체 부문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칩 공급망에서 핵심 사업자로 꼽힌다. 로이터는 이번 사안이 반도체 생산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시장 내 위상, 한국 경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도 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렬이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운영 차질 위험을 높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사 간 핵심 쟁점이 AI 수요 확대에 따른 성과 배분 문제라고 짚었다.

 

이번 파업 리스크가 시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배경엔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7%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고, 삼성전자(22%)와 마이크론(21%)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HBM 매출을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늘리며 반격에 나설 태세다. 로이터는 노조가 5만명 이상 파업 참여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이 경우 고객사 출하 지연, 칩 가격 상승, 경쟁사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로 평가하고 있다. 노조 규모가 커졌고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AI 메모리 경쟁력을 회복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피해 규모를 둘러싼 추산도 제기되고 있다. JP모건은 노조 요구안이 수용될 경우 노동 관련 비용 증가로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7~12%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의 10~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기본급을 5% 인상할 경우 기존 추정치 대비 21조~39조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18일간 파업이 진행될 경우 생산 차질에 따른 매출 기회손실은 4조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노조 측이 자체 추산한 생산 차질 규모는 20조~30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반도체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하루 손실이 1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들 수치는 실제 파업 참여율, 웨이퍼 처리량 감소 폭, 생산라인 셧다운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추정치다.

 

생산 차질 규모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반도체 라인은 자동화 비중이 높아 단기 파업만으로 즉각적인 전면 중단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면 유지보수·공정 대응 인력이 이탈하고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출하 일정과 고객사 대응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협력사 영향도 변수다. 업계에 따르면 약 1700개 협력사가 파업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 매출 감소나 생산 차질로 이어질지는 파업 참여율과 생산라인 영향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고객사 신뢰도 관건이다. 반도체는 생산 차질이 단기간에 그치더라도 납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고객사들이 재고 확보와 공급선 다변화를 검토할 수 있다. 특히 AI 서버용 메모리와 HBM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안정적인 공급 능력이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가격 협상력과 신규 수주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도 파업이 불러올 막대한 경제적 파장을 경고했다. 신 의장은 지난 5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막대한 파업 손실과 고객 이탈로 회사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주주, 투자자, 임직원, 지역사회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수백억 달러의 수출과 수십조 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환율 상승 유발로 GDP가 줄어드는 등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시장 관점에서는 삼성전자 개별 노사 분쟁을 넘어 메모리 공급망 리스크로 해석된다”며 “파업이 단기에 그치면 영향은 제한될 수 있지만, HBM과 서버용 메모리 출하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경쟁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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