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졌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 대전시장 후보들은 유세를 중단했다.
1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59분 대전 유성구 외삼동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지상 1층 544㎡ 면적의 건물 1동이 모두 불에 탄 가운데 인명피해는 오후 2시 현재 사망 5명, 중경상 2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에 따르면 폭발은 56동 세척공실에서 발생했다. 근로자들은 화약 관련 세척 작업을 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직후 “폭발음이 들렸다”, “연기가 많이 난다” 등 30건 이상의 119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소방 당국은 오전 11시17분쯤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화재 발생 50분 만에 초진을 완료했다. 오후 1시 7분쯤 불이 완전히 꺼지면서 1분 뒤 소방 대응 1단계는 해제됐다.
이날 한화그룹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입장문을 통해 “소중한 직원 다섯 분이 숨져 비통하고 안타깝다. 숨진 직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로 부상을 입은 직원들의 쾌유를 바라며 치료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국민 여러분께도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고 직후 손재일 대표이사 주재로 서울 본사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으며, 손 대표는 회의를 마치고 바로 사고 현장으로 이동했다. 또 사고 현장에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소방·경찰 등 관계 당국과 협조해 사고 수습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구체적인 사고 경위와 피해 상황은 확인 중”이라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다시는 이런 참담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성소방서·유성구보건소는 오후 1시쯤 사고가 난 대전사업장 정문 앞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근무 인원 7명 중 사망자 5명은 모두 폭발한 작업장 내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부상자 2명은 자력으로 탈출해 구조됐다. 이들 중 전신화상 중상자는 입원 치료중이며, 경상자는 병원에서 치료받고 귀가했다. 사망자의 경우 시신의 훼손 상태가 심해 신원 파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공장 1층에서 원인 불명의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화재를 진압하는 대로 자세한 인명피해 여부와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사고가 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은 항공·방산·우주 산업 관련 시설과 장비를 생산하는 시설로, 대형추진기관 개발, 추진체 혼화·충전, 전술 지대지(무기) 체계 개발 등이 진행된다.
다만 화약과 불꽃 제품 등을 다루다 보니 이번처럼 사고가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구조적 취약성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다연장로켓포 같은 무기류 추진 기관 개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충격·마찰·열에 의해 폭발하거나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과거에도 두 차례 폭발 사고가 발생해 2018년 9명 사상자가 나왔고 이듬해 사고로 3명이 숨졌다.
사업장 특성상 높은 수준의 설비·작업 공정 위험성 평가와 안전성 확보 등을 시행하도록 규정에 명시됐지만, 민간 방산업체에서 생산하는 제품 특성상 극도의 보안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안전실태 점검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아왔다.
실제 2018년 폭발 사고 직후 노동청의 특별 근로감독 결과 법 위반사항 486건이 적발되는 등 안전수준은 최하 등급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날 사고로 대전시장 후보들은 유세를 긴급 중단했다.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SNS를 통해 “사고 수습과 시민 안전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라 예정된 선거운동을 중단한다”며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하고 안전한 대응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장우 국민의힘 후보 캠프도 이날 예정됐던 트럭 유세를 멈추고 로고송과 율동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SNS를 통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추가 사망자가 나오지 않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와 관련, 전국의 국민의힘 후보와 선거 캠프에 “로고송 사용과 율동을 자제하고 차분한 선거운동을 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행정안전부, 소방청, 경찰청, 대전시는 가용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해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신속한 사고 수습을 긴급 지시했다. 우선 노동부에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를 즉시 구성하도록 했다. 사고 현장에는 류현철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을 급파했다. 아울러 사고 발생 직후 대전노동청장과 노동감독관 등은 현장에 출동해 공장 작업 중지조처를 내렸다.
노동부와 대전노동청은 사고 발생의 구조적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사고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히 감독,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사고로 숨진 노동자에게 애도를 표하고 “신속하고 엄정한 사고 수습과 2차 사고 예방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