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제주기 단축(T+1일)과 거래시간 연장, 인공지능(AI) 기반 시장감시 체계 구축을 축으로 한 자본시장 인프라 개혁에 본격 착수했다. 투자자 자금이 묶이는 시간을 줄이고 거래 편의성을 높여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는 한편, AI와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접목해 자본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정부와 유관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본시장 인프라 혁신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주요 개혁 과제의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을 점검했다.
회의에서는 먼저 결제주기 단축을 위해 추진이 필요한 선결과제를 제시했다. 현재 국내 증권시장은 주식 매매 후 2영업일 뒤 결제가 완료되는 T+2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T+1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10월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거래시간 연장도 속도를 낸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9월 14일 애프터마켓을 신설해 정규장 종료 이후 오후 8시까지 거래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말에는 프리마켓 도입도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거래시간 확대를 통해 투자자의 거래 선택권을 넓히고 글로벌 시장과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상장주식과 조각투자 시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추진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올해 말까지 비상장주식과 조각투자 장외거래를 위한 청산·결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해당 시장에는 T+1 이내 결제 체계가 도입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의 디지털 전환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AI를 활용한 시장감시 체계 고도화에 나선다. 기존 감시 시스템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지능화된 불공정거래와 이상 거래를 보다 효과적으로 적발하겠다는 취지다.
증권업계가 추진 중인 AI 투자 에이전트 도입도 논의됐다. 자본시장연구원과 금융투자협회는 AI 투자 에이전트(agent) 등 국내‧외 금융투자업계의 AI 도입 동향,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AI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필요사항 발굴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혁신 못지않게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래시간 확대와 결제제도 개편, AI 활용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시스템 장애나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관리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논의한 과제들은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여 새로운 단계의 자본시장 인프라로 통합·발전할 것”이라며 “현안 과제부터 차근차근 다뤄나가며 미래 자본시장의 청사진을 그려 나가겠다”고 향후 운영 방향을 밝혔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