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아이스커피와 탄산음료, 빙과류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얼음이 가득 담긴 차가운 음료는 더위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되지만, 치아 건강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음료 속 얼음을 깨물어 먹거나 차가운 음식이나 이열치열로 뜨거운 음식을 즐기는 습관은 치아에 미세한 균열을 만들 수 있다.
치과를 찾는 환자 중에는 음식을 씹을 때 치아가 시큰거리거나 특정 부위에 통증을 느껴 검사를 받았다가 치아크랙을 진단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초기에는 단순한 시림 증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균열이 깊어지면 치아 파절이나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치아크랙은 치아 표면이나 내부에 미세한 균열이 발생한 상태를 말한다. 치아는 매우 단단한 조직이지만 지속적인 압력과 충격이 반복되면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딱딱한 견과류나 얼음을 자주 깨물어 먹는 습관, 이를 악물거나 이갈이를 하는 습관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충치 치료 후 남은 치질이 약해졌거나 노화로 치아 탄성이 감소한 경우에도 발생 위험이 높다.
온도 변화도 영향을 미친다. 차가운 음료를 마신 직후 뜨거운 음식을 먹는 식습관이 반복되면 치아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발생하거나 기존 크랙이 확대될 수 있다.
초기 치아크랙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균열이 깊어질수록 음식을 씹을 때 순간적으로 찌릿한 통증이 나타나거나 차갑고 뜨거운 음식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단단한 음식을 씹을 때 불편감을 느끼기도 한다.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문제는 균열이 치아 내부 신경까지 진행됐을 때다. 통증이 지속되거나 밤에도 욱신거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균열 부위를 통해 세균이 침투하면 치수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치아가 수직 방향으로 파절돼 발치가 필요한 상황도 발생한다.
치료 방법은 균열의 깊이와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비교적 초기 단계라면 레진이나 보철 치료를 통해 균열 부위를 보호하고 추가 손상을 막는다. 균열이 신경까지 진행된 경우에는 신경치료 후 크라운 치료를 시행한다. 치아가 크게 파절됐거나 치근까지 손상이 진행됐다면 발치 후 임플란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치아크랙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자연치아를 보존할 가능성이 높다. 통증이 심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디지털 영상장비와 확대 진단 장비를 활용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균열도 비교적 정밀하게 확인하고 있다.
평소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얼음을 깨물어 먹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오징어나 견과류처럼 단단한 음식을 한쪽 치아로만 반복적으로 씹는 행동도 부담을 준다. 이갈이나 이악물기 습관이 있다면 구강장치 착용을 고려할 수 있다. 정기 검진을 통해 치아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허경회 서울제이치과 원장은 “치아크랙은 초기에 발견하면 자연치아를 살릴 가능성이 높지만 균열이 신경이나 치근까지 진행되면 치료가 복잡해진다”며 “음식을 씹을 때 특정 치아가 반복적으로 시리거나 찌릿한 통증이 나타난다면 단순 민감증으로 넘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치아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며 “평소 정기 검진을 통해 균열 여부를 확인하고 치아에 무리를 주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치아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